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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땡겨 박주명 Feb 18. 2016

씹는 재미로 먹는 도다리 세꼬시.

생선을 뼈째 썰어서 먹는걸 세꼬시라고 부른다.

뼈가 약해 씹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생선이나 새끼 생선을 세꼬시로 먹는데, 부드러운 맛으로 먹는 참치와는 또 다른 재미와 맛을 준다.

가장 대중적인 세꼬시는 아마도 도다리 세꼬시와 전어 세꼬시가 아닐까 싶다.

이 중 도다리 세꼬시를 집에서 한번 썰어 먹어 보자.


우리가 일반적으로 도다리라고 부르는 어종은 실제로 여러 종류가 있지만, 오늘은 가장 대중적인 강도다리라는 어종을 먹어본다. 물론 양식이다 :)


수산시장에 가면 이렇게 생긴 게 강도다리이다. 1kg에 4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1kg를 무게 재니 4마리였지만, 회로 떠가지 않고 피만 빼서 달라는 얘기에 아저씨는 한 마리를 더 추가해주셨다.

직접 집에서 회로 떠먹을 용자가 있다면, 구입할 때 미리 말해서 가격 할인을 받거나 서비스를 좀 더 받는 게 좋겠다.


이제 손질을 시작해보자.

강도다리는 광어와 달리 껍질이 두껍고 질기기 때문에 칼을 이용해서 껍질을 벗기지 않고, 집게나 손으로 잡아서 벗겨낸다.


머리와 내장을 제거한 후 한쪽에 살짝 칼집을 낸다. 

맨손으로 하기엔 좀 버거우니 장갑을 끼고 껍질을 쭉 벗겨내면!


쉽게 될 것 같지만..

수산시장에서 아저씨들이 슥슥 하던 거와는 달리 잘 안 벗겨진다;; 이렇게 찢어져서 망했다.


그나마 배 쪽은 더 잘 벗겨진다.

내복 벗기듯 후루룩 벗겨질 줄 알았던 껍질은 엄청나게 힘을 줘서 벗겨내야 한다. 너무 힘을 주거나 방향을 잘못하면 살이 뜯겨나가는 대참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다섯 마리의 껍질을 벗겨내면서 한참을 후회했다.

그냥 수산시장에서 썰어오면 될 걸. 뭘 얼마나 맛있게 먹겠다고 이 고생을 하고 있나.


여하튼 고생 끝에 다섯 마리의 손질을 완료했다. 껍질을 모두 벗기고 지느러미를 모두 제거했다.


가운데 척추뼈가 있는데 이 부분은 뼈가 너무 딱딱하므로 함께 제거해 주기로 한다.


이렇게 손질이 끝난 강도다리.





사실 이 고생을 해가면서 직접 집에서 회를 뜨려고 했던 건 이유가 있었다.

세꼬시는 칼질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 맛이 확연히 다르다고 한다. 살의 풍미를 느낀다기 보다 식감을 더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당연할  수밖에.

그래서 칼질의 방향을 다르게 해서 맛을 비교해 보고 싶었다.


해보고 싶었던 방향이다.

가장 일반적인 빗겨 썰기, 일반 회처럼 써는 가로 썰기, 세꼬시 전문가들만 한다던 세로 썰기(이름은 그냥 맘대로 지어보았다), 그리고 뼈 없이 그냥 살만 썰기(광어회처럼)


빗겨썰기는 너무 일반적이라 스킵하고, 왼쪽부터 가로 썰기, 세로 썰기, 살만 썰기이다.


어떻게 썰었을 때 가장 맛있었을까?

순위를 매기자면 이렇다.


1. 세로 썰기 > 2. 빗겨 썰기 > 3. 살만 썰기 > 4. 가로 썰기


이 중 가로 썰기는 정말 최악이었다. 왜냐하면 뼈 방향을 그대로 썰기 때문에 뼈 하나가 통째로 살에 박혀 있다. 씹는 식감이라기보다 뼈를 부수면서 먹는 거라 턱만 아프다.

세로 썰기의 경우 잘라진 뼈들이 촘촘히 박혀있고, 살이 길기 때문에 제대로 세꼬시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이렇게 썰면 양이 적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일반 횟집에서는 꺼려할 것 같다.


세꼬시를 만들어 보면서 느낀 소감은..


세꼬시는 그냥 횟집에서 사먹자이다. 손질하기가 너무 번거롭고, 얇게 썰어야 식감이 좋은 세꼬시 특성상 날이 안 서 있는 가정칼로는 살이 뭉개질 수도 있다.


좀 비싸긴 하겠지만, 제대로 된 세꼬시 전문점에 가서 사 먹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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