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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는 재미로 먹는 도다리 세꼬시.

by 회땡겨 박주명

생선을 뼈째 썰어서 먹는걸 세꼬시라고 부른다.

뼈가 약해 씹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생선이나 새끼 생선을 세꼬시로 먹는데, 부드러운 맛으로 먹는 참치와는 또 다른 재미와 맛을 준다.

가장 대중적인 세꼬시는 아마도 도다리 세꼬시와 전어 세꼬시가 아닐까 싶다.

이 중 도다리 세꼬시를 집에서 한번 썰어 먹어 보자.


우리가 일반적으로 도다리라고 부르는 어종은 실제로 여러 종류가 있지만, 오늘은 가장 대중적인 강도다리라는 어종을 먹어본다. 물론 양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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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시장에 가면 이렇게 생긴 게 강도다리이다. 1kg에 4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1kg를 무게 재니 4마리였지만, 회로 떠가지 않고 피만 빼서 달라는 얘기에 아저씨는 한 마리를 더 추가해주셨다.

직접 집에서 회로 떠먹을 용자가 있다면, 구입할 때 미리 말해서 가격 할인을 받거나 서비스를 좀 더 받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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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손질을 시작해보자.

강도다리는 광어와 달리 껍질이 두껍고 질기기 때문에 칼을 이용해서 껍질을 벗기지 않고, 집게나 손으로 잡아서 벗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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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와 내장을 제거한 후 한쪽에 살짝 칼집을 낸다.

맨손으로 하기엔 좀 버거우니 장갑을 끼고 껍질을 쭉 벗겨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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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될 것 같지만..

수산시장에서 아저씨들이 슥슥 하던 거와는 달리 잘 안 벗겨진다;; 이렇게 찢어져서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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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배 쪽은 더 잘 벗겨진다.

내복 벗기듯 후루룩 벗겨질 줄 알았던 껍질은 엄청나게 힘을 줘서 벗겨내야 한다. 너무 힘을 주거나 방향을 잘못하면 살이 뜯겨나가는 대참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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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마리의 껍질을 벗겨내면서 한참을 후회했다.

그냥 수산시장에서 썰어오면 될 걸. 뭘 얼마나 맛있게 먹겠다고 이 고생을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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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고생 끝에 다섯 마리의 손질을 완료했다. 껍질을 모두 벗기고 지느러미를 모두 제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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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척추뼈가 있는데 이 부분은 뼈가 너무 딱딱하므로 함께 제거해 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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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손질이 끝난 강도다리.





사실 이 고생을 해가면서 직접 집에서 회를 뜨려고 했던 건 이유가 있었다.

세꼬시는 칼질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 맛이 확연히 다르다고 한다. 살의 풍미를 느낀다기 보다 식감을 더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당연할 수밖에.

그래서 칼질의 방향을 다르게 해서 맛을 비교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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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고 싶었던 방향이다.

가장 일반적인 빗겨 썰기, 일반 회처럼 써는 가로 썰기, 세꼬시 전문가들만 한다던 세로 썰기(이름은 그냥 맘대로 지어보았다), 그리고 뼈 없이 그냥 살만 썰기(광어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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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겨썰기는 너무 일반적이라 스킵하고, 왼쪽부터 가로 썰기, 세로 썰기, 살만 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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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썰었을 때 가장 맛있었을까?

순위를 매기자면 이렇다.


1. 세로 썰기 > 2. 빗겨 썰기 > 3. 살만 썰기 > 4. 가로 썰기


이 중 가로 썰기는 정말 최악이었다. 왜냐하면 뼈 방향을 그대로 썰기 때문에 뼈 하나가 통째로 살에 박혀 있다. 씹는 식감이라기보다 뼈를 부수면서 먹는 거라 턱만 아프다.

세로 썰기의 경우 잘라진 뼈들이 촘촘히 박혀있고, 살이 길기 때문에 제대로 세꼬시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이렇게 썰면 양이 적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일반 횟집에서는 꺼려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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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꼬시를 만들어 보면서 느낀 소감은..


세꼬시는 그냥 횟집에서 사먹자이다. 손질하기가 너무 번거롭고, 얇게 썰어야 식감이 좋은 세꼬시 특성상 날이 안 서 있는 가정칼로는 살이 뭉개질 수도 있다.


좀 비싸긴 하겠지만, 제대로 된 세꼬시 전문점에 가서 사 먹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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