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고 업고 뛰고 울고...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한다. 알고서는 덤빌 수 없는 워킹

by 홍선생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나의 인사기록에는

들고 난 기록이 잔잔히 박혀있었다.

기간제에서 정교사로, 출산휴가에서 복직으로, 출산휴직에서 복직으로, 육아휴직에서 복직으로.


1호가 4살이 되었을 때 2호가 태어났다.

계획했던 것은 아니지만, 두 녀석은 1호가 1월생 2호가 2월생이다.

겨울아이인 남매는 3살 터울이라 넉넉히 철들어갔다.


그래도 그 때의 나는. 서러웠다.

1호가 만삭일 때 아무도 나에게 "이젠 좀 쉬세요."하지 않았다.

1월생인 1호는 나와 함께 11월말까지 야간자습 지도를 했다.

12월 방학을 앞둔 어느 날엔 막달 배뭉침이 심해서 눈물이 절로 났다.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아서 말하면 안 되는 것 같았지만, 나는 교장실로 들어갔다.

"교장 선생님. 이제는 정말 못하겠습니다. 방학 앞두고 야간자습 감독이라도 빼주십시오."

그 때 궁금해 하던 교장의 얼굴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홍선생, 무슨 일 있어요?"


헛웃음과 함께 나는 교장실에서 대성통곡하고 나왔다.

"교장선생님 제가 다음 달이 출산입니다." 하니 그제야 교장은 "아!" 했다.

그 아! 라는 감탄사가 그렇게 허망한 역할을 하는 언어인지 나는 그 때 알았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무관심하구나.

대성통곡하고 나와서 나는 생활기록부를 입력하며 또 펑펑 눈물이 났다.

그 때 우리 학교에는 출산교사가 나 혼자였다. 선배 여교사샘들은 이미 퇴직하셨고, 또래 교사들은 전부 기간제라 머무는 사람없이 떠나는 곳이 우리 학교였다.

그리고 1호가 1월에 태어나고 나는 8월에 복직했다.

칼퇴근을 철칙으로 3년을 보내고 2호가 태어났다. 2호가 태어날 때는 그래도 뻔뻔해졌다.

이미 나의 임신과 육아는 누구에게도 배려받지 못한다는 것을 체감한 대한민국의 워킹맘은 눈치 볼 이유가 없어진다. 어차피 배려받지 못한다면 눈치도 보지 않겠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할 일 하고, 내 가정은 내가 지킨다.

2호가 태어나고 나는 휴직했다.

당연히 출산휴가 끝나면 복직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건 학교 관리자들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지만, 이젠 그럴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2호는 돌도 되기 전에 13킬로그램의 우량아였다.

손목이 남아나질 않는 뚱땡이를 업고 야리야리하게 큰 딸을 안고 나는 육아휴직을 동동거렸다.


휴직은 복직에 대한 두려움이 반 이상을 차지했다.

어느 언덕을 넘더라도 늘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이 복직 후에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하지?

이건 복직 후에는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이런 일이 생기면 조퇴를 해야 하나?

지금도 나는 육아휴직을 앞둔 워킹맘 동료들에게 말한다.

동동거리는 것이 괜찮다면 휴직하지 말고, 커리어를 쌓으며 당당하자.

대신, 어차피 동동거리며 학급 관리에도 육아에도 멘탈을 잡을 자신이 없다면 제발 가정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학교도 가정도 피폐하게 하지 말고 결심하고 그 안에서 즐기고 누리라고 말하고 싶다.


학년말이 되면 새로운 관리자와 면담을 할 때가 온다.

나는 늘 건의한다.

육아휴직하는 여선생님들께 복직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고, 충분히 아이 곁에서 시간을 보내주고 건강히 돌아오라고 격려해 달라고.

육아휴직에서 복직하는 여선생님들께 여전히 아이는 어릴테니 늘 가정을 평안히 하고, 학교 일이 병행될 수 있게 함께 돕겠다고 응원해 달라고.

나는 이미 지나왔다. 격려나 응원보다는 눈치로 보냈지만, 내가 누리지 못한 것을 배아파 하기보다 지금이라도 나와 같은 동료가 서럽지 않게 보듬어 주고 환경을 다독이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러나 늘 나는 경계한다.

이러한 걱정과 우려와 배려를 너무나 당연히 받아가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배려가 익숙해 지면 안된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당연한 것을 배려로 착각하면 안된다. 배려를 당연한 것으로 오해해도 안된다.

올바른 지성으로 정확하게 보고,

지혜로운 판단으로 잘 듣자.


안고 업고 뛰고 울면서 보낸 아이들의 어린이집, 초등학교 시절이 가장 바쁘고 고단하면서도 가장 가슴 진하게 남는다. 끝났냐고? 여전히 오늘도 1호는 복통으로 2호는 냉방병으로 학교에서 오는 연락에 외출하고 병원가고 다시 업무다. 끝나기보다는 이제 조금 더 엄마로 여유가 생겼다. 그게 엄마가 되어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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