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기와 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도 Oct 29. 2022

8. 일상 기록-3

2022. 10. 29.

아기를 높이 들어 올려 놀아주니 고개를 젖히며 까르르 웃는다. 입 안에 하얀 게 보여 자세히 확인해보니 어느새 윗니가 네 개 동시에 나고 있었다. 아랫니 두 개가 난 지 60일 만이다.


책을 읽어줄 때나 인형 놀이를 할 때 내가 아기 등 뒤에 있으면 내 몸에 기대 눕는 모습이 귀엽다. 분유 수유할 때도 눕고 싶어 할 때가 있다. 엄마가 푹신푹신하니?


소파 저쪽 끝에서 소파를 잡고 영차 일어서더니 내 쪽으로 와다다다 온다. 옆으로 걸을 수 있는 거였어? 신기해! 두 손 잡고 영차 일어나면 탭댄스 추듯이 발을 와랄랄라 하는 것도 재밌다.


내가 먹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고 궁금해한다. 오늘은 내가 닭볶음탕을 먹고 있는 걸 보더니 남편이 아~ 해봐 하며 입에 넣어주는 시늉을 하니깐 자기도 입을 벌린다. 어른이 먹는 음식에 관심을 보인다. 식사를 같이 하는 것이 좋다지만 나는 다 식은 밥 말고 따뜻한 밥 먹고 싶어서 아직은 무리다.


어제는 아기 낳고 8개월 만에 지인들 저녁 모임에 나갔다. 아기와 동행하지도 지인들을 우리 집에 초대하지 않고 만나본 건 어제가 처음이었다. 내가 임신 중 조기진통으로 입원하기도 해서 일 년 만에 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몇 년 동안 매주 연락하고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보던 사람들이었는데도 그 분위기가 낯설어서 한참을 어버버 하다가 왔다. 동시에 예전의 나는 이제 영영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에게 의지하지 않고는 외출할 수 없는 기분이 좀 비참하기도 슬프기도 했다.


아기의 울음소리 없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옷을 갈아입을 때 늘 울고 짜증 내는 게 너무 스트레스다. 아기는 울음으로 의사표현을 하니깐 당연히 아기의 울음을 들을 수밖에 없지만 단 하루도 그 소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 입장은 꽤나 우울하다. 교대근무자라 집을 떠나면 4-5일 정돈 그 소리에서 벗어나는 남편이 부럽다. 남편은 그런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내 우울증으로 2주간 집에 같이 있더니 진이 빠진다고 했다. 겨우 2주 연속으로도.


3일간 매일 차를 타고 외출을 길게 했더니 오늘은 낮잠을 오래 자고 저녁이 되니 무척 졸려했다. 너도 무한 체력은 아니었구나.


시야가 넓어지니 요구하는 게 많아졌다. 식탁 위의 물건을 탐내고 달라고 우는 일이 일상이고 눈 깜짝할 새에 손대는 일이 벌어진다. 이런 변화에도 우리 가족은 더 자주 외식을 나간다. 아기가 스스로 앉을 수 있고 아기의자도 앉는 게 가능해지고 여기저기 탐색하느라 외출을 즐기게 돼서 그렇다. 여전히 남편과 교대로 먹고 교대로 아기를 안고 있긴 해도 데리고 다니기 수월해지니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7. 외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