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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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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도 Nov 19. 2022

18. 일상 기록 -5

2022.11.19.

낮잠에서 깨면 아기 침대 옆에서 어른 침대로 옮겨서 발라당 놀이를 한다. 아기를 이불이나 베개 푹신한 곳에 살짝 밀듯이 발라당 눕혀주는 건데 할 때마다 까르르 좋아한다. 이제는 발라당 놀이를 스스로 하고 싶어서 앉다가도 발라당 잡고 서서도 발라당 스스로 뒤집어진다.


이걸 집에서 할 때는 큰 문제가 아니었는데 아기 낳고 처음 간 엄마 집 이불 위에서 아기가 발라당 해버렸다. 엄마 집은 침대가 없고 바닥에 요를 깔았는데 그게 이불이니깐 거기서 누워도 푹신할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발라당 하는 순간 머리를 쿵 부딪치고 으앙 울어버려서 당황스러웠다. 아기야 침대에서만 발라당 하는 거야…


머리콩 스킬이 생겼다. 내가 머리콩! 이라고 말하면서 아기에게 내 이마를 갖다 대면 아기가 자기 이마를 내 이마에 살짝 갖다 대는 놀이인데 아기가 내 쪽으로 머리를 살짝 기울이는 그 순간이 세상 최고 귀여움이다. 이유식 한입 먹을 때마다 머리콩! 하고 서로 깔깔대며 웃는 게 너무 재밌다.


우리 아기는 5개월 때부터 안아서 재우는 걸 싫어하고 자기 침대에서 스스로 자는 걸 좋아해서 재우는 게 편한 편이다. 그런데 외출하면 그렇게 재울 수 없으니 아기도 나도 너무 고됐다. 이번 엄마 집도 아기가 다섯 시간을 꼬박 버티다가 결국 분유 먹고 노곤해져서 잠들었는데 겨우 20분 자고 부족한 낮잠에 집으로 오는 한 시간 내내 울었다. 그러고 이틀간은 너무 힘들었는지 낮잠을 세 시간씩 자더라. 장거리 외출은 후유증이 너무 커서 어렵다.


이유식 시작하고 대변 횟수가 너무 많아져서 병원에 물어봤더니 그건 괜찮다고 한다. 그래도 치우는 게 일이라 요즘 우리 아기 별명은 3 똥이다. 어제는 나 혼자 보는데 4 똥이 하니깐 엉덩이를 네 번 씻기고 말려서 로션 바르고 하는 게 너무 고됐다. 피부가 약한 편이라 매번 물로 씻기고 파우더 로션도 꼼꼼하게 발라주는데 언제쯤이면 좀 편해질까? 그래도 이유식 시작한 이래로 변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다.


이번 주는 화요일에 떠난 남편이 토요일에 오는 일정이었는데 내내 일이 많아서 힘들었다. 원래는 그렇게까지 일정이 빡빡하지 않은데 약속이 밀리는 바람에 꼬인 것도 있고 직장에서 전출 신청을 해야 해서 꼬인 것도 있다. 그래서 화수목금 모두 일정이 있어서 아기 스케줄 꼬이지 않게 잡느라고 무척이나 바빴다.


특히 직장에서 전출 신청기간을 너무 짧게 잡고 꼭 방문해서 해야 한다고 하는 바람에 목요일과 금요일은 정말 힘들었다. 내가 전부터 미리 알려달라고 그렇게나 말했는데 목요일 오전에 전화 와서 금요일에 오라고 하면 아기 맡길 곳 없는 사람은 어쩌라고. 결국 목요일 저녁에 아기 재우고 늦게까지 서류 준비해서 금요일 오전에 아기 데리고 직장에 방문했다. 직장에선 처음엔 컨디션 좋았던 아기를 여러 사람이 구경했지만 점점 이거 달라 저거 달라 찡찡대는 아기 보더니 일단 내고 나중에 서류 보충하라고 하더라. 그럴 거면 내가 월요일에는 남편 있어서 풀타임으로 맡길 수 있으니 월요일 출근시간에 얼른 처리해도 됐던 거잖아.. 애초에 제출 날짜도 월요일 퇴근 전까지였는데. 하루를 끝내니 너무 고돼서 아기 밤잠 재우고 처음으로 혼자 맥주를 깠다. 혼자 살 때도 습관 될까 봐 혼자 집에서 술 마신 적 없었는데 독박 육아하니깐 어디 풀 데가 없다. 맨날 혼자서 거실에 앉아 맥주 까던 엄마가 왜 그랬는지 좀 이해가 됐다.


요즘 부쩍 활동량이 많아진 아기가 여기저기 부딪치고 다니는 게 마음이 쓰리다. 잠깐 새에 이리 쿵 저리 쿵이라 이마나 머리에 멍이나 상처가 없어질 새가 없다. 하루 종일 아기 쫓아다니는 나도 임신 전보다 몸무게가 더 빠지고 있다. 이런 식의 다이어트는 원하지 않았는데 어쨌든 돌사진 찍기 전에 다이어트시켜줘서 고맙다 아기야.


아기가 요즘 이유식을 150씩 잘 먹어주어 이번 주부터 후기 이유식에 들어갔다. 5일 정돈 잘 먹다가 오늘부터 먹는 게 좀 더디고 짜증이 늘었다. 200으로 늘리려고 했는데 유지해야겠다. 그 유명한 밥테기의 시작인가 조금 두려워졌다. 하지만 하루 총량 450은 잘 먹는 편이고 분유도 600 넘게 먹고 있는 중이라 조금 덜 먹을 만도 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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