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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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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도 Dec 30. 2022

23. 일상기록 -7

2022. 12. 30.

요즘 아침기상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아기들이 계절의 흐름에 민감하다더니 여름에 5시 반-6시 사이에 깨서 나를 힘들게 하던 아기가 맞나 싶다. 요즘엔 7시-7시 반쯤에 일어나 바로 끼니를 찾지 않고 방긋방긋 웃으며 놀곤 한다. 자는 시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겨울이라 잠이 많아진다니 아기가 나에게 주는 선물 같다.


입으로 뻐끔뻐끔 붕어처럼 흉내 내줬더니 따라 하며 즐거워한다. ㅁ,ㅂ 같은 입술이 마주치는 음을 내는 방법을 놀이처럼 깨달은 듯하다. 도리도리도 이제 모방할 줄 알게 됐다. 남편은 도리도리라기 보단 헤드뱅잉 같다고 무섭다고 말했지만 어쨌든. 남편이 열심히 안녕을 연습시켰더니 요즘엔 한 손을 휘적휘적하면서 안녕도 따라 한다.


말귀도 제법 잘 알아듣는다. “주세요.”라고 하면 자기가 주고 싶은 것은 휙 던지더니 요즘엔 내 손에 내려놓으려고 한다. 안 주고 싶은 것은 몸을 휙 돌리고 딴청을 피운다. “어디가~~” 하고 물어보면 다다다다 기어간다. 내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아기가 내게 뽀뽀해주면 오두방정을 떠니까 내 얼굴에 뽀뽀해주고 내 반응을 살핀다. 튤립 장난감에 나온 노래를 부르면 튤립으로 기어가서 그 노래가 나오는 장난감을 켤 줄 안다. <한입만> 책에 나오는 노래를 부르면 그 책을 가져오고 귤을 달라고 하기도 한다.


내 몸이나 자신의 몸을 이용해서 푸푸 방귀 소리를 잘 낸다. 내가 다른 걸 하고 있을 때 관심을 끌고 싶은 용도로도 푸푸를 쓴다. 거리 감각이나 몸을 이용하는 감각이 생겨서 포복으로 기어 다녀 장난감 아래를 지나거나 식탁 아래에 서있을 때 머리를 안 부딪치게 이동하고 살피는 행동을 한다.


물건을 이용하는 기술이 늘어났다. 두 물건을 맞부딪쳐서 소리를 내거나 두드려보고 긁어보고 문지르며 탐색해 본다. 내가 젖병에 잡곡을 넣어 셰이커를 만들어줬더니 셰이커의 용도를 깨닫고 흔들어 본다. 장난감에 대한 취향이 생겨서 여러 가지 공 중에서도 파란 공을 제일 좋아한다. 그 공을 좁은 공간 이곳저곳에 올리는 행동을 한다. 모양틀에 블록을 넣으려고도 하는데 아직 모양마다 다른 구멍에 넣어야 한다는 것까지는 인지하지 못한 듯하다.


목욕을 할 때 짜증이 늘었다. 하고 싶은 행동들이 있는데 겨울이니 감기 걸릴까 봐 못 하게 했더니 눈물을 뚝뚝 흘릴 정도로 운다. 그래서 욕조 통목욕으로 다시 돌아가 따뜻한 물을 켜놓고 충분히 놀게 해 준다.


점점 껌딱지가 심해진다. 안 떨어지려고 손톱을 세울 때가 있어서 내 목이랑 팔이 긁힌 상처로 가득하다. 아기띠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엔 아기띠로 다녀도 조용하다. 나랑 붙어있는 게 좋나 보다.


3차 영유아검진을 다녀왔다. 언어능력 발달을 위해 사물의 이름을 자주 말해주고 찾아보게 하는 훈련을 하도록 하라고 한다. 소근육 발달을 위해 색연필로 낙서하는 것도 연습하고 손으로 음식을 먹는 연습도 시키라는데 뒷감당이 무서워서 조금 미루고 싶다. 아기의 발달은 전체적으로 잘 되고 있고 키와 몸무게도 적당해서 안심이다. 아직도 조금 남아있는 중이염도 낫는 중이라고 하니 병원 올 일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겨울학기 문화센터도 환불했다. 다음 주면 어린이집 입소를 하니까. 재료비 환불을 안 해주는 줄 알았으면 등록하지 말걸 조금 아쉽다. 학기 말에 교구를 주는 방식으로 한다는데 그것도 내가 원하는 걸 주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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