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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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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도 Jan 27. 2023

25. 어린이집, 이런 곳인 줄 몰랐다.

어린이집에 다닌 지 이제 겨우 3주가 되어 간다. 나는 주변에 어린이집 정보를 얻을 만한 사람도 없고 이곳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뭐든지 맨몸으로 부딪치는 중이라 새로운 걸 알게 될 때마다 놀라고 있다.


1. 어린이집은 왜 개인 정보에 민감하지 않을까?

여긴 개인정보법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인가? 아니면 다들 민원제기를 안 하는 걸까? 내가 좀 예민한가? 싶은 부분이 종종 보인다. 그리고 이걸 내가 굳이 지적해서 말을 하면 진상 같아 보이나? 고민되는 부분도 있다.


가장 처음 놀랐던 부분은 아이 신상조사서 같은 데에 부모 직업을 쓰는 란이었다. 요즘 학교에서 이런 거 조사하면 인터넷에 두고두고 조리돌림 되는 큰 사건 아니었나? 우리 어린이집만 그런가? 적응 기간에 원장이 우리 부부의 직업을 자연스럽게 물어보는 것도 신기했지만 서면으로도 요구하는 게 충격적이었다. 그런 건 나 중학교 때까지나 조사하던 거 아니었나?


그리고 키즈노트에 우리 아이 사진은 물론 다른 원아 사진까지 올라오는 거라던지, 어린이집 문 앞에 아이들 사진이 붙어있는 건 더욱 놀라웠다. 나는 그런 동의서를 제출한 기억도 없을뿐더러 같은 원에 다니는 보호자는 물론 관계없는 사람들까지 아기 얼굴을 보게 하는 건 위험하지 않나? 물론 아기 등하원은 보호자가 직접 하는 시스템이라 유괴 위험은 덜하긴 하겠지만 그런 게 자연스럽게 공유되는 분위기라는 게 놀라웠다.


당연하게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고 카톡으로 연락하는 부분도 놀라웠다. 그런 건 키즈노트 어플로 하거나 어린이집 대표번호로도 충분할 듯한데 개인의 사생활이 다 드러나는 카톡이라니. 업무와 사생활이 구분되지 않는 부분이 나는 불편하게 느껴졌다.


2. 어린이집 선생님은 언제 쉴까?

나도 집에서 육아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정신없음이 충분히 예상되지만 어린이집의 일정도 참 바쁘게 돌아가는 듯하다. 간식과 식사, 보육활동 등의 일상 활동에 행사와 행정업무도 있는 듯하고 매일매일 보내주는 개인 알림장에 가장 놀랐다. 사진은 보통 15-20장에 시간대별로 무얼 했는지 사진의 모습은 무엇인지 겨우 두 시간 있는 우리 아기의 일정을 적어주는 걸 보면 숨 돌릴 틈은 있는 걸까?


어린이집 학대 사건들을 보고 있자면 학대는 주로 식사시간이나 낮잠 시간에 이루어지던 것도 이와 관련이 크지 않나 싶다. 바쁘게 여러 아이들을 먹여야 하고 보호자들은 아이가 잘 먹길 바라니 매일 양을 체크하고 그러다 보면 짧은 시간에 바로바로 먹지 못하는 아이들은 스트레스겠지. 그리고 겨우 숨 돌릴 틈이 되는 낮잠 시간에 자지 않은 아이들을 보면 다른 아이들이 깰까 봐, 그 시간 안에 해야 하는 다른 일을 못하니 스트레스일 거고. 물론 학대가 어떤 이유로나 정당화될 순 없지만 극악한 노동환경이 사람을 궁지로 몰고 거기에 자기 몸을 스스로 지키기 어려운 아이들이 화풀이의 대상이 되는 구조가 예상이 갔다.


이런 생각을 하며 2주를 보내고 나니 빅 이벤트가 벌어졌다. 우리 아기 담임교사가 3주 차 월요일에 잠수퇴사를 한 것이었다. 안 그래도 처음 0세 반을 맡고 우리 아기와 동시에 어린이집 출근을 시작해서 조금 조마조마한 마음이긴 했는데 잠수라니.. 물론 그분의 선택은 존중하지만 어린이집 적응기간 중 인수인계도 안 하고 도망가면 어쩌란 말인가.. 심지어 원에서는 우리 아기 기저귀 놓은 자리도 몰라서 우왕좌왕하고 있고 나는 새 담임에게 다시 처음부터 우리 아기 특성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 어린이집 적응 기간이 다시 리셋된 건 말할 것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복직하기 전이고 복직까지 시간을 넉넉히 잡고 어린이집 입소를 했던 점이랄까. 제발 이번 담임교사는 오래 다녔으면, 최소한 일주일 전에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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