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퇴행 그 이후의 일
사건이 벌어진 지는 약 2개월이 지났고, 아이 상담은 부모 사전면담을 포함하여 4회기 정도 이루어진 시점에 왔다. 그동안 좋아지고 힘들어지고를 반복하다가 어제저녁, 잠자리에 누운 아이가 우리 부부를 향해 한 마디를 했다. "이제 손 그만 빨고 싶어요."라고.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는 4월 중순에 그 일이 벌어지고 4월 말 무렵부터 손을 빨았다. 퇴행의 인지 시점이었다. 유아 퇴행을 찾아본 결과로도, 상담센터에서도 손 빨기에 대해서는 기다림이 필요할 거라고 했었다. 배변 퇴행과 함께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손 빨기였다. 우리 부부는 그동안 아이에게 믿어주겠다고만 이야기했다. 아이는 한 번도 그 부분에 대해서 대답하지도, 반응을 보이지도, 언급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우리 부부는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는 마음으로 대견하다고 자랑스럽다고 고맙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자 아이가 다시 한번 말을 했다. "그런데 잘 안 될 때도 있어요."라고 했다. 우리는 괜찮다고 했다. "ㅇㅇ아, 한 번에 다 잘하지 않아도 돼. 마음을 먹은 게 중요한 거야. 당장 안 하는 건 어려워도 우리 ㅇㅇ이가 노력한다는 거잖아. 엄마, 아빠는 ㅇㅇ이가 멋지고 자랑스러워." 아이가 우리가 지지하고 있다는 여러 단어들의 뜻을 다 이해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마음을 공언했다는 자체를 기쁘게 여기는 것을 알길 바라며 안아주었다.
지난주 상담 피드백을 받을 때 상담선생님이 아이가 아기가 되고 싶은 마음을 '고양이'로 표현했다는 점을 알려주셨다. 우리 부부는 그때 아이가 사자가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고양이처럼 "야옹, 야옹." 이야기하는 것의 차이를 인지하게 됐다. 아이는 수시로 고양이와 사자를 오갔다. 아이가 고양이가 되었을 때는 안고 어르고 사랑하고 예쁘다고 듬뿍 말해주었고, 사자가 되었을 때는 멋지고 대단하고 잘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칭찬해 주었다. 아이는 어느 순간 혼자서도 뭐든 잘 해내었다고 단숨에 모든 불안과 짜증을 폭발하듯 풀어내기도 했다. 그 변화에 우리가 흔들리지 않기로 했다.
그저께는 그런 날이었다. 아이는 매 순간순간 울고, 억지를 쓰고, 짜증을 내고, 서럽게 울었다. 그러더니 어제는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웃고 놀고 스스로 해내고 고양이와 사자를 오갔다. 그러더니 저녁 즈음에 물었다. "나 오늘 손 안 빨았지?" 그러고 보니 오늘 거의 손을 빨지 않았던 것이 기억나서 "정말이네! 우리 ㅇㅇ이 정말 대단한 사자구나!" 감탄했다. 그러더니 자기 전 "이제 손 그만 빨고 싶어요."라고 말한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 부부도 조금씩 흔들릴 때가 있지만 스스로의 회복을 위해서도 애쓰고 있다. 하지만 아이도 이제 단단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 대견하다. 우리 가족의 테두리가 좀 더 단단해지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