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스물셋이니까?
2019년 2월 18일. 개인 사유로 휴학 신청합니다.
이렇게 휴학 신청서를 보냈던 그 날은 정확히 2020년 2월 18일이었다. 2019년의 익숙함에 머물러있던 나는 그 이후에도 종종 이런 실수들을 반복했다. 2010년 노는 것을 좋아하던 6학년의 나도, 2014년 공부에 치이며 살던 고등학생의 나도 항상 그랬었다. 연도를 착각하고 적은 숫자들을 지우개로 지우고 이미 얼룩져버린 그 위에 낯선 숫자를 꾹꾹 담았다.
그만큼 스물셋은 지금의 나에게 여전히 낯설기만 한 숫자다. 스물셋이 익숙해질 때쯤엔 또 스물넷이라는 숫자를 익혀야겠지.
그래서 나는 "아직 스물셋이니까"라는 말이 싫다.
누구도 나의 스물셋을 경험해볼 수 없다. 낯설었던 스물셋이라는 숫자가 온전히 나의 것이 되는 과정이기에. 그 속에서 휘몰아치고 갈팡질팡하는 나의 감정과 경험, 아픔 또한 나의 것이다. 하지만 '아직 스물셋'이라는 그 말은 이 온전한 나의 것들을 빼앗아버린다. 나의 스물셋 안에서 나만이 겪고 느꼈던 모든 것들이 그들의 스물셋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래서 나는 나의 진짜 스물셋을 기록한다.
누군가도 자신만의 숫자를 온전히 기록해나갈 수 있길 바라며.
23. from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