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여행기_1화

19살, 버킷리스트에 적었던 그리스 여행

by 젤리

코로나 발생으로 해외여행을 못 간 지 4년하고 7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 말은 즉, 숙소를 예약하며 몇 달 뒤, 그 숙소에 있을 나를 상상하고, 여행을 가기 전날 밤, 붕 뜬 기분으로 짐을 싸고, 인천공항에서 제각각의 캐리어를 끌고 다양한 나라를 향해 가는 발걸음을 보며 설레는 기분을 느낀 지 한참이 흘러 버렸다는 뜻이다. 2023년은 오랜 시간 해외여행을 하지 않아 그런 감정의 존재 자체가 가물가물해질 때쯤이었다.


2023년 3월 한 회사의 인턴으로 일을 시작했다. 새로운 곳에서 일을 하는 설렘이 무뎌지고 점차 적응될 때쯤, 가슴이 두근거릴 소식을 들었다.

“7월에 전사 휴가 있는 거 아세요?”

점심을 먹고 걷던 중 상사분께서 말씀하셨다.

나와 인턴 동기는 처음 듣는 정보에 화들짝 놀라 상사분을 쳐다보았다.

“7월 말에 일주일 정도 전사 휴가 있어요. 여행 가려면 지금쯤 비행기표 예매하기 시작해야 할 거예요.”

전사 휴가의 정보를 듣고 가슴이 콩닥콩닥 두근거렸다. 이제는 해외여행을 갈 때가 된 것이다.

그날 집에 가서 오랜 시간 꿈꿔왔던 미국에 갈 생각으로 엄마, 아빠에게 말하였다.

“회사에 7월 말에 일주일 정도 전사 휴가가 있대. 혼자 미국 다녀오려고.”

별일 아닌 것처럼 최대한 담백하게 말을 꺼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미국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총기 사건이니, 인종차별이니, 20대 동양인 여자애가 혼자 가기엔 너무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 말에 나의 입이 머릿속 생각보다 빠르게 반사작용처럼 말했다.

“그럼, 그리스는? 그리스는 혼자 가도 돼?”

엄마, 아빠는 알 수 없는 기준으로 그리스는 괜찮다며 허락해 주었다. 아무래도 미국으로 1차 충격을 주니 그리스가 비교적 무난해 보였나 보다. 그렇게 나는 그리스로 혼자 여름휴가를 가겠다 결심하였다.


한국인이 단순 여름휴가로 가기에는 흔치 않은 여행지, 그리스가 갑자기 떠오른 것은 19살 시절과 관련이 있다. 공부 말고 온갖 것이 다 재밌을 고3 시절, '꽃보다 할배'가 방영 중이었다. 하루는 점심시간에 반 친구들과 몰래 뒷문으로 나와 우리 집에서 치킨을 시켜 먹었다. 친구들과 맛있게 치킨을 뜯으며 티비로 ‘꽃보다 할배’ 그리스 편을 봤다. 매일 학교, 학원, 반복되는 일상을 살고 있는 19살 수험생에게 탁 트인 경치, 자유로운 여행은 그리스를 갈망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리고 나는 학교 쉬는 시간, 친구와 20살이 되면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에 ‘그리스 여행 가기’를 적었다. 하지만 고3 수험 생활이 끝나고, 재수를 하고, 재수 끝에 대학교에 입학하여 정신없이 삶을 살다보니 그 버킷리스트는 기억에서 흐려졌다. 하지만 마음 속 깊은 무의식에 그리스 여행에 대한 갈망이 남아있었는지 대학교에 들어가며 새로 산 노트북 배경 화면으로 그리스 산토리니 사진을 지정하였다. 대학 생활을 하며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등의 유럽과, 일본, 태국, 홍콩 등 다양한 나라를 여행했지만, 그럼에도 그리스는 왜인지 선뜻 엄두가 나지 않았다. 꽤 멀고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그리스 한 나라밖에 여행하지 못한다는 단점 때문에 해외 여행지를 정할 때면 늘 후보군에는 올랐다가 금방 제외되곤 마련이었다. 하지만 회사 여름휴가 일주일, 오히려 일주일이라는 기간 때문에 그리스 한 여행지만 여행하기에 적합했고, 코로나 이후로 첫 해외여행인 만큼 꽤 먼 나라를 가고 싶다는 나의 욕망을 충족하기에도 충분했다. 그렇게 나는 19살에 적었던 버킷리스트, '그리스 여행하기'를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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