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회사 동료와 떠나는 해외여행
'웃음이 비실비실 흘러나오는 출근길'
그리스 여행을 가기로 결심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나는 회사 또래 동료인 말레이시아 분에게 여름휴가 여행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씨티(말레이시아 동료분의 가명)는 친구랑 해외여행을 갈까 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혼자 대만을 갈까 고민 중이라고 하셨다.
“저도 친구랑 갈까 했는데 마땅히 시간 맞는 친구도 없고, 혼자 그리스 가려고요.”
그 말에 씨티의 눈이 반짝이는 걸 느꼈다.
“우리 같이 갈까요?”
나는 충동적으로 물었다. 충동적인 나의 물음에 돌아오는 대답은 예상치 못한 흔쾌한 승낙이었다. 나는 씨티의 대답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재차 물었다.
“진짜 저희 여름휴가 그리스로 같이 가는 거예요?”
이 상황이 얼떨떨한 나머지, 회사에서 화장실을 가다가, 물을 뜨러 가다가 마주칠 때면 또 한 번 강조했다.
“저희 진짜 같이 가는 거예요!”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이틀 뒤, 씨티와 나는 퇴근 후 근처 카페에서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이렇게 나는 4년 반 만에 해외여행을 알게 된 지 4개월도 안 된 씨티와 함께 가게 되었다.
그리스 여행은 총 9박 10일의 일정이었다. 오후 반차를 쓰고 회사에서 곧장 인천공항으로 출발하여 인천공항에서 싱가포르로 한 차례 경유 후, 아테네에 도착, 그리고 그리스에서의 휴가를 즐기고, 다시 아테네에서 싱가포르와 호찌민, 두 번의 경유 끝에 일요일 오후 7시 14분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것이 우리의 계획이었다. 이왕 그리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이상 최대한 오래 그리스에 머물다 오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직항은 너무 비싸다 보니 경유를 여러 번 하는 비행기를 타기로 결정하였고, 그 때문에 편도로 24시간이나 걸려 사실상 그리스에서 보내는 시간은 8일밖에 되지 않았다. 이러한 선택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나는 몰랐다. 확실한 건 이번 그리스 여행을 통해 경유는 최대한 적게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리스로 출발하는 당일, 갖가지 휴양지 옷들로 가득 채운 캐리어를 끌고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칙칙한 출근길에 캐리어를 끌고 있자니 여간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출근길 발걸음이 가벼웠고, 웃음이 비실비실 흘러나왔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캐리어를 들고 있는 모습이 신기해 찍은 사진]
씨티와 회사가 있는 이태원역 캐리어 보관함 앞에서 만나 캐리어를 넣었다. 회사에 도착하니 내일부터 휴가라 그런지 다들 얼굴빛이 좋아 보였다. 오전은 나름대로 바쁘게 흘러가 어느덧 출발할 시간이 다가왔다. 동료분과 상사분들에게 휴가 잘 보내시란 인사를 하고 회사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가는 길 우리는 호칭 정리가 필요했는데, 회사에서 알게 된 사이인 만큼 서로 OO님이라 부르며 존댓말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행 중에 그런 호칭은 불편할 것 같다는 판단하에 서로 말을 놓기로 했다. 말을 놓자는 말에 2살 어린 씨티가 대뜸 나의 이름을 불러 짐짓 당황하였지만,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 대화를 나누다 보니 반말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