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유튜버 이야기 > Chapter 2. 유튜버 이야기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주로 하는 크리에이터 친구들과 모인 자리에서 핸드폰 스크린타임을 비교해본 적이 있다. 한 친구의 기록이 무려 하루 12시간 23분이어서 모두가 놀랐었다. 하지만 핸드폰으로 사진을 보정하거나 영상을 편집하고, 그걸 업로드하고, 반응을 살피며 댓글을 달고, 또 새로운 콘텐츠거리를 찾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올린 것들을 꼼꼼히 살펴보다보면 그래, 핸드폰 스크린타임 8시간. "와, 또 핸드폰 보고 있어?!" 가족들의 잔소리같은 한마디를 달고 살아야하지만 우리에겐 이게 당연한 일인걸...
아침, 정해진 시간 없이 눈을 뜨는 시간이 곧 아침이다. 사람에 따라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유튜버도 있다지만, 아침잠이 많은 나는 촬영 일정이 없는 한 차라리 새벽까지 일하고 조금 여유있게 아침을 시작한다. 눈뜨자마자 하는 일은 핸드폰 들여다보기. '유튜브 스튜디오' 어플리케이션에서 지난밤 사이 달린 새로운 댓글을 확인한다. 해피새아 채널은 웬만하면 모든 댓글에 대댓글을 다는 편이다. 유튜브 다음은 인스타그램, 블로그. 침대에 누워 채널들을 쭉 한번 살피고 난 뒤 가벼운 아침식사를 챙겨 컴퓨터 앞에 앉는다.
업무의 시작은 이메일 체크부터! 여행유튜버를 꿈꾸는 친구들, 인터뷰를 하고 싶은 매체들, 새롭게 오픈하는 호텔, 협업을 제안하는 브랜드 등 다양한 곳에서 이메일이 온다. (... 이 글은 2019년에 책 출간을 목적으로 썼던 글이기 때문에....... 찬란했던 2019년의 업무루틴이 담겨있다 ^ ^ ^ ^ ^ ^ ^ ^ ^ ^ ^ 몰락한 여행유튜버가 된 2022년 현재는 광고 이메일만 쌓여있다 ^ ^ ^ ^ ^ ^ ^ ^ 주식투자 광고.. 멈춰!!! ^ ^ ^ ^ ^) 소속사 없이 혼자 일하는 나는 하나하나 직접 검토하며 신중하게 답장을 보낸다. 가끔은 한 시간 넘게 이메일을 쓸 시간에 다른 걸 했으면 더 좋았겠다 싶기도 하지만,,,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있어서 내가 존재할 수 있기에 늘 감사해하고 있다.
오후부터는 다양한 일들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프리미어 프로를 실행해 영상편집을 하거나, 영상 기획안을 만들고 촬영 계획을 세우거나,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보정하거나, 블로그 포스팅을 하는 등 해피새아 채널을 위한 여러 가지 일을 한다. 언제나 집중력이 높은 상태가 유지되는 건 아니기에 종종 인터넷 세상을 방황하기도 하지만, 한번 집중하기 시작하면 하루가 다 지나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날도 많다. 나는 철저히 노력형이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떤 것 하나 갑자기 덜컥 얻은 적이 없다. 가끔은 조금 쉽게 찾아와줬으면 싶지만, 100을 넣어야 80이 나오는 삶이어서. 그럼에도 100을 갖고 싶은 욕심쟁이어서 120, 130을 해내기 위해 애를 쓴다.
유튜버들은 주기적으로 새로운 영상을 업로드한다. 그 주기는 채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주일에 한두편 정도가 평균이며, 라이브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들과 큼직한 규모의 유튜버들은 거의 매일 영상을 올리기도 한다. 해피새아 채널의 목표는 한 주에 영상 한 개. 한 주에 두 개를 올렸던 적도 있으나 인생이 너무 피폐해져 두 달만에 그만뒀다. 일주일에 한 개의 영상을 올리기 위해서는 이틀 정도는 기획을, 하루는 촬영을, 3일 정도는 편집을 해야 한다. 매주 조금은 빠듯하게 시간을 보낸 끝에야 비로소 새로운 콘텐츠 하나가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유튜버라고 해서 유튜브 업무만 하는 건 아쉬운 선택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브런치, 블로그, 틱톡.. 다양한 곳에서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눈에 띄는 건 정말 중요하다. 해피새아 채널도 이 모든 플랫폼에서 다 활동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하나뿐인 몸을 움직여 최대한 많은 곳에서 커뮤니케이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그대로 다른 곳에 올리는 거라면 사실 꽤나 편하겠지만, 각자의 플랫폼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인스타그램은 사진, 유튜브는 영상, 블로그는 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차이를 넘어 플랫폼을 활용하는 유저들의 성향부터도 꽤나 많이 다르다. 한쪽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해서 다른 곳에서도 좋은 반응을 거둔다는 보장이 없다. 수십만 팔로워를 가진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가 유튜브에서는 쉽사리 성공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수백만 구독자를 가진 메가 유튜버인데 인스타그램에선 약세를 보이는 일도 흔하다. 캐릭터의 문제도 크겠지만, 각 플랫폼마다 보기 편한 콘텐츠의 특성이 다르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유저들은 쉴새없이 엄지손가락을 위로 쓸어올리며 다수의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한다. 한 장의 임팩트 있는 사진, 짧지만 기발한 영상은 스크롤하던 손을 잠깐이나마 붙잡아둘 수 있다. 즉각적으로 '좋아요'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위해 사진보정법이나 영상 화면전환법 등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반면 유튜브는 영상을 보기 위한 플랫폼이다. 최소한 10분 이상의 자유시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 자유시간동안 시청할 영상을 찾기 위해 들어온다. 콘텐츠의 길이가 3분 이상 길어도 좋다. (길어야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정 주제를 검색하는 사람도 있고, 원하는 주제가 없지만 흥미를 느끼는 콘텐츠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한 번 내 영상을 클릭한 사람이 끝까지 영상을 시청하느냐 마느냐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채널을 평가하는 주요 척도 중 하나가 '유튜브 시청지속시간'이기도 하다. 많고 많은 영상 중에 내 영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그리고 선택했다면 중간에 이탈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블로그는 특정 키워드를 검색해서, 정보를 얻기 위해 들어오는 사람이 월등히 많다. 유튜브가 활성화되기 이전에 많은 사람들은 블로그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며 정보를 주고 받았다. 수익 창출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블로그가 주춤하는 사이 그 역할이 유튜브에게로 넘어갔고, 많은 블로거들이 유튜버가 되었다. 이 와중에 나는 블로그를 시작했다. 사진과 글을 적절히 섞어 정보성 글을 공유하기에는 블로그가 최적의 장소라는 생각에서였다. 영상은 생생하게 당시의 상황을 보여줄 수 있고, 보다 더 진솔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바쁜 현대인에겐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얻고 나가는 블로그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다. 그래서 요즘, 자주는 아니지만 꾸준히 블로그에도 포스팅을 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분석해가며 머리를 쓰지 않고도 승승장구했다면 참 좋았으련만, 나는 참 많은 고민을 하면서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다. 성격이다. 대충 만들어 내보낸 콘텐츠로는 사랑을 받는다 해도 내 마음이 온전히 기쁘지 않다. 하루를 꽉 채워 최선을 다하고 나야 비로소 마음이 편하다. 기대만큼 잘 되지 않더라도 소중한 나만의 것을 만들었다는 만족감과 자랑스러운 뿌듯함에 발 쭉 뻗고 잘 수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놓치지 못하는 아주 고약한 성격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개미처럼 열심히 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