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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아 Jan 31. 2022

#12. infp가 계획을 세울 때

< 보통유튜버 이야기 > Chapter 2. 유튜버 이야기

My working routine #1. 기획




누군가 유튜브 채널을 처음 만든다면, 대부분 시작할 때에는 만들고 싶은 콘텐츠가 매우 명확하다. '이런 거 재밌겠는데? 찍어봐야지!' 하지만 반년에서 일 년 정도 지속하다보면 그 영상이 그 영상 같아지는 순간이 온다. 꾸준히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기획해내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리뷰할 신제품이 계속해서 나오는 IT 카테고리가 아니고서는, 새 콘텐츠 기획은 언제나 고민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여행을 주제로 하는 해피새아 채널은 여행지 선정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 여행이 취미이자 일상이자, 인생의 전부 같은 나에게 여행지 탐색은 업무라기보다는 매일의 일상 중 하나다. 팔로우하고 있는 국내외 수많은 여행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를 보면서 멋진 여행지를 스크랩하고, TV 방송이나 영화를 보다가 촬영지를 검색해본다. 그러다보면 이세상에 정말 존재하는 곳인가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계곡, 호수, 사막, 바다 같은 곳들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나라에 덜 알려진 도시들, 외국 크리에이터들이 소개하는 현지의 히든 스팟들을 알게 될 땐 당장 날아가고 싶을 정도로 가슴이 설렌다. 


또 가끔은 무작위로 지도의 아무곳이나 선택해 그 주변을 탐색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해서 알게 된 곳이 카자흐스탄이다. 네덜란드에 사는 친구와 대화하던 날이었다. "야, 네덜란드랑  한국이랑 딱 가운데쯤 있는 곳에서 만날래? 지도 한 번 살펴봐." 대충 중간 어딘가를 찍었는데 정말 환상적인 사진이 나왔다. 붉은 흙과 검은 흙이 층층이 쌓여 독특한 색깔, 독특한 모양의 지형!! 카자흐스탄에 있는 알띤 에밀 국립공원 (Altyn Emel national park)이었다. 슬픔의 2020년... 여행길이 막히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그곳에서 친구를 만났을 것이다. 

Altyn Emel national Park, taken by Kerry Hammond


당장 가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찾은 여행지는 구글맵에 핀을 찍어 저장해둔다. 벌써 수년째 쌓인 핀들은 나름 여행하기 좋은 계절별, 선호도별로 메모도 적어두었다. 

예쁜 곳이 보일 때마다 구글맵에 핀을 찍어두는 편!


그리고 이것들을 토대로 다음 여행지를 정한다. 클라이언트가 있는 여행일 때에는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따라 특정 여행지가 정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직접 자유롭게 여행지를 결정할 수 있다. 해피새아 채널은 보통 다섯 번에 한두번은 조금 낯선 여행지를 소개하고, 나머지 세 번 정도는 비교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여행지를 소개했었다. 3~4일 정도의 휴가로도 떠날 수 있는, 비행시간 5시간 이내의 여행지는 늘 어느정도 흥행이 보장되는 여행지다. 다른 여행 유튜버들도 쉽게 다룰 수 있는 곳이긴 하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검색해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조회수를 위한 흥행 보증수표와, 신선하고 참신한 모험을 적절히 섞어가며 줄타기하는 것이 중요했다. 시청자분들에게도, 콘텐츠를 만드는 나 자신에게도. 





여행지라는 큰 주제를 정했다면, 그곳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것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색적인 음식을 먹어보거나, 특별한 장소를 소개하거나, 재미있는 체험을 해보거나, 특별한 누군가를 만나는 등 '무엇을 할 지' 정해야 한다. 이 '무엇'을 가장 잘 선택하는 여행유튜버가 '빠니보틀'이었다. 



아제르바이잔이라는 생소한 여행지에서 석유 목욕을 해본다거나, 세상에서 가장 추운 시베리아의 한 마을에서 물 한 컵을 뿌려보면 어는지 얼지 않는지 테스트를 해본다거나. 참신한 기획 덕분에 영상을 시청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이런 게 기획의 힘이다. 


해피새아 채널은 처음에는 여행지에서의 일정을 대신 짜주는 컨셉으로 채널을 기획했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꼭 들러보아야 할 곳을 동선에 맞춰 보여주는 일종의 여행가이드였다. 때문에 여행을 떠나게 되면 여행블로그, 신문기사, 각종 여행사 웹사이트와 해당 지역의 관광청 웹사이트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계절과 시간 등을 고려해 동선을 짜고, 맛집도 꼭꼭 정리해 놓았다. 간략한 콘티를 미리 짜보기도 했었다. 상업 광고를 만드는 프로덕션에서 하듯 장면마다 그림을 그리지는 않더라도, 두어줄 짧은 글이라도 적어두면 도움이 됐었다. 


철저한 계획이 함께하는 나의 여행은, 여행지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다른 여행유튜버와 달리 흥미를 끄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덕분에 '여행팁을 알려주는 채널'로는 자리잡을 수 있게 됐다. 해피새아 채널의 영상을 보고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그대로 따라했다는 시청자분들의 댓글도 많았다. 아마도 그래서 해외관광청이나 여행사들과도 협업할 수 있지 않았을까. 


2022년의 해피새아는 더이상 2019년의 해피새아처럼 계획으로 가득찬 기획을 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때의 해피새아는 infp치고 가장 j 같은 순간을 보냈고, 그게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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