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유튜버 이야기> Chapter2. 유튜버 이야기
<#20. 내 영상 왜안볼까? 몰락유튜버가 되는 과정> 을 보고 오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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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보내면서 쉬어갈 때쯤, '보통 유튜버'라는 말이 떠올랐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소중한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 그리고 내 자리에서 오늘의 일상과 오늘의 생각을 공유하는 보통의 유튜버.
내가 처음 영상을 만들었던 건 대단한 유명인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여행지에서 만난 나의 순간들을 좀더 생생히 기록하고 싶어서였다. 10년, 20년이 지난 뒤에도 그날을 추억하고 싶었기 때문에. 유튜브는 이미 나의 이유를 충족시켜주고 있었다. 거대한 아카이브로서, 나의 하루 수십, 수백일을 고화질로 잘 저장해두고 있으니까.
'더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어!' '더 많은 사람이 날 좋아해줬으면 좋겠어!'는 이후에 생긴, 새로운 욕심이었다. 그러나 숫자를 쫓으면 지친다.
숫자에는 끝이 없다. 유튜버가 되기 전, 모델 일을 하면서 이미 알게 되었던 사실이다. 인스타그램이 생기면서 '인지도', '인기'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팔로워 숫자, 좋아요 숫자로 대변되기 시작했다. 정확한 수치로 눈에 드러나는 인스타그램 세상에서 한동안 팔로워 수에 목을 맨 적이 있다. 팔로워가 많은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끼영끼영! 꿈에 그리던 팔로워 10K를 달성했던 날, 이게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싶어졌다. 나는 이제는 팔로워 20K인 계정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1만 뒤에는 10만이 있고, 10만 뒤에는 100만이, 100만 뒤에는 1000만이 이어진다. 1만 팔로워를 달성한다고 해서 행복이 '곱하기 1만'이 되는 것도 아니다. 10명의 팔로워를 가진 사람은 100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사람보다 10만배 덜 행복한 것도 아니다. 숫자의 크기만을 쫓다보면 영원히 만족할 수 없다.
참 다행인 건 숫자는 종종 상대적이다.
구독자가 3만명 쯤 있던 시절, 한 친구가 나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면서 "구독자가 많진 않지만 유튜버예요."라길래 혼자 조금 상처를 받고는, 지금은 남편이 된 당시의 남자친구에게 속상함을 털어놓았었다. 그러자 남편은 3만명이면 광화문 광장 앞이 꽉 찬다며, 그게 어떻게 '많진 않은' 거냐고 물었다. (꽤나 괜찮은 위로였지만) 위로를 위해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었다.
10만, 100만 명이 구독하는 채널들 앞에서 3만이라는 숫자는 작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눈앞에 3만 명을 데려온다고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수다. 서울 한복판에서 확성기를 들고 고래고래 소리쳐도 어느 한사람 귀 기울여주는 이 없는 세상에서, 나의 영상을 통해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눈다는 것. 그 숫자가 10명이든, 100명이든,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숫자를 따라가며 지쳐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나는 내 구독자 친구들에겐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보통 유튜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