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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아 Feb 24. 2022

#20. 내영상 왜 안볼까? (몰락유튜버가 되는 과정)

<보통 유튜버 이야기> Chapter2. 유튜버 이야기

알고리즘의 시대 //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걱정이라고 이야기했을 때, 사람들은 '배부른 소리'라고 했다. 


한때는 영상을 올리기만 하면 조회수가 몇만, 몇십만 회를 기록하는 게 당연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조회수도, 영상의 노출 수도 이전의 수치에 턱없이 못 미치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의 시간은 한정적이다. 보통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은 3-40분 내외, 잠들기 전 침대에서 핸드폰을 보는 시간도 3-40분 내외. 유튜버는 이 시간을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유튜브 채널에 올라가는 영상의 길이는 짧은 건 2-3분, 긴 건 10-15분. 한 사람이 하루에 볼 수 있는 동영상의 개수는 많아봤자 10개에서 20개다. 1분에 수십만, 수백만 개의 영상이 업로드되는 유튜브 세상에서 나 한 사람의 영상이 선택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유튜브 알고리즘은 최근 시청한 영상을 기반으로 다음 영상을 추천하기 때문에, 한 번 사람들의 눈에서 벗어난 채널은 다시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점점 멀어지게 된다. 문제는 거기에 있었다. 


유튜브 메인화면에 떠있는 추천 영상들에 들어가보면, '오늘도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는 댓글이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그 댓글을 발견한 나 역시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그 영상으로 끌려든 참이었다. (지금은 이런 댓글도 남기지 않을 정도로, 알고리즘의 물결에 익숙해진 우리다.)


유튜브는 사용자의 시청기록을 기반으로 영상을 추천해주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한 영상을 시청하는 동안 '다음 동영상'과 '관련 동영상'으로 여러 개의 비슷한 영상이 함게 노출되고, 유튜브 홈 화면에도 최근 시청내역에 의한 맞춤 동영상 리스트가 보인다. 같은 지역(국가)에서 사람들이 좋아했던 영상이 추천되기도 한다. 이 알고리즘 덕분에 시청자는 매번 볼 영상을 검색할 필요 없이, 다음 영상을 쉽게 고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 알고리즘이 시청자를 한 곳에 몰아넣고 있기도 하다. 노출 대비 클릭률이 높을수록, 시청시간이 길수록, 좋아요와 댓글의 수가 많을수록. 알고리즘은 클릭률, 시간, 조회수, 댓글수와 같은 '숫자'의 크기에 의해 작동한다. 많은 사람이 시청한 영상, 많은 사람이 시청한 채널이 더 흥행하게 되는 구조다. 


게다가 알고리즘은 영상 업로드 직후 초반의 기록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한 주 동안 공을 들여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지만 빛을 보지 못하는 영상들도 생긴다. 이렇게 빛을 보지 못한 영상들이 쌓이게 되면 알고리즘은 해당 채널을... 외면하기까지... 한다.......




처음 여행유튜버가 되었을 때만 해도, 여행 영상은 유행을 크게 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메이크업이나 패션은 한 계절만 바뀌어도 금세 유행이 지나 인기가 시들해진다. 하지만 로마는 100년 전에도 로마였고, 100년 후에도 로마일테니. 금수강산이 다 바뀌지 않는 한 여행 영상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을 줄 알았었다. 


그러나 여행이라는 게,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 정세에 이렇게나 영향을 많이 받을 줄이야... 주변국들과의 논란이 뉴스에 보도될 때마다 내가 올린 여행 영상에 대한 여론도 훅훅 바뀌었었다. 한일관계가 악화되면 일본 영상의 조회수가 뚝 떨어졌고, 심지어는 과거에 여행을 갔던 영상이 알고리즘에 뜨면 그걸 보고 구독을 취소하는 사람도 있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날 때마다, 해외입국 자가격리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뜰 때마다 구독자가 연일 줄어들었다. 


속상했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한번 성장세가 한풀 꺾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새롭게 성장하는 다른 여행유튜버들이 생겨도, 해피새아 채널은 회복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천천히 잘 성장해오던 흐름이 뚝 끊어진 기분이었다. 여전히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라며 잘되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내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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