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유튜버 이야기 > Chapter 3. 지금의 이야기
숫자의 모양마저 기분좋게 생긴, 딱 떨어지는 2020년. 전세계 어느 누구도 예상하거나 기대하지 않았을 일이 벌어졌다. COVID-19.
하루면 지구 반대편까지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지구촌에서 각국은 서로 문을 걸어 잠궈야만 했다. 그렇게 한 해가 훌쩍 사라졌고, 또 한 해가 훌쩍 사라졌다.
해피새아는 여행 못가는 여행유튜버가 됐다. 2020년 초 3개월동안 취소됐던 해외일정만 여섯 개였다. 강연처럼 사람이 많이 모이는 일정들도 무기한 연기됐다. 연초부터 한 해의 스케줄들이 착착 잡혀있던 해는 처음이었다. 무려 7월까지, 전세계 이곳저곳을 종횡무진할 생각에 들떠있었던 2020년이었다. 그 일정들이 하나하나 취소될 때마다 착잡했지만, 오히려 내가 여행사, 항공사, 호텔들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해피새아 채널도 주춤했다. 여행 영상을 찾는 사람이 적어졌다. 여행을 가기는커녕 여행 계획을 세울 수조차 없게 되었으니까.
세계 각지를 여행하던 여행 유튜버들도 대부분 한국으로 돌아왔고,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여행지 영상을 만들거나 국내 여행을 시작했다. 다들 힘든 시기였다. 영상을 올리면 "이시국에 여행이냐"는 댓글이 달렸고, 영상을 올리지 않으면 "왜 올리지 않느냐"는 댓글이 달렸다. 또, 타협을 모르는 해피새아 채널은 3개월 동안 새 영상 만들기를 멈췄었다. 하루하루 새로운 것을 내놓지 않으면 금세 잊혀지고마는 유튜브 세상에서 쉼을 가지는 것이 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기도 했다. (궁극적으로 그건 굉장히 위험했고, 끝내 구독자수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덕분에 지난 3년을 돌아볼 수 있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꿈꾸던대로 여행이 일상이 된, 아니, 일상이 여행이 된 어느 날. 여행 하루전날 밤 캐리어를 두번 세번 열고 닫으며 설레던 아이가 이제는 없었다. 여행갈 때 늘상 펜과 종이를 챙기지만 꺼내볼 시간이 없었고, 카메라 렌즈는 이전처럼 작고 반짝이는 찰나를 기다리지 못했다.
인스타그램 피드가 예뻐지는 만큼, 유튜브 영상을 자주 올리는 만큼, 나는 내가 꿈꾸던 여행자의 모습에서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 한껏 예쁘게 꾸민 나로 사랑받는 것도 물론 좋아하지만, 그래서 열심히 멋진 곳을 찾아 멋진 포즈로 사진을 찍어왔었지만! 소소한 생각들, 자연스러운 모습들, 내가 마주했던 아름다운 순간들을 온전히 나누어왔던가 돌이켜보면 언제나 그렇지는 못했었다.
여행하지 못했던 지난 쉼은 나에게 몇 차례의 우울한 밤을 가져다주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솔직한 나를 발견하기엔 더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충분한 쉼이 끝난 2021년 5월쯤부터 나는 다시 여행을 시작했다. 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처음 여행했던 때처럼 한 곳에 조금더 오래 머물렀고, 조금더 천천히 걸었다.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도 나눴고, 미술관에서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역시나 이전만큼 조회수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행복은 몇 배로 늘었다.
그래, 혹시 이게 그런 거 아닐까. 대단한 오늘은 아니었지만, 뾰족한 성과가 없이도 한번쯤 행복하게 활짝 웃었으면 만족할 수 있는 보통의 하루. 그리고 그런 보통의 날들을 담아내는 보통유튜버. 나는 행복한 보통유튜버가 되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