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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수 Oct 18. 2021

잠시 꿈만 꿔 봤습니다.


 중국어는 내게 애증의 언어다. 22살 때 대만에서 1년간 교환학생 생활을 하며 중국어를 배웠다. 대만에 있을 때는 그곳에서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중국어를 했지만 한국에 돌아오고 난 뒤 취업을 핑계로 중국어 공부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실력을 알아서 다 까먹고는 그래도 아깝다며 남아 있는 실력이라도 유지하려고 이 강의도 들어봤다가 저 책을 사서 혼자 독학도 해봤다가 겨우겨우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


 꾸준히 한 가지 방법으로 공부를 해야 효과도 보고 할 텐데 금방 질려하는 편이라 공부 방법을 자주 바꾼다. 노트에 적어가며 공부하기가 싫을 때면 듣기 공부하는 중이라며 중국 드라마를 보기도 한다. 그러다 ‘이가인지명(以家人之名)’이라는 드라마에 꽂혔다. 유튜브로 올라오는 하이라트 영상들로 드라마를 봤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영상이 올라오는 날이 기다려졌다. 중국은 지역별로 사투리가 다 다르고 같은 중국인이어도 서로 대화가 안 될 정도로 말이 다른 경우가 많아, 드라마 자체에 중국어 자막을 넣고 표준어 발음을 못하는 배우들의 경우에는 성우가 더빙을 하기도 한다. 당시 보던 영상에 한국어 자막이 제공이 되지 않아 중국어 자막만 보며 드라마 내용을 대충 이해했다. 완벽한 이해가 되지 않다 보니 점점 답답함이 늘었고 이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내가 직접 번역을 해보기로 했다. 100일 동안 꾸준히 하면 하나의 습관이 만들어진다는 말에 100일로 기간을 잡고 매일 3 문장씩 번역을 했다.


 60일 정도를 하니 번역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제대로 번역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번역 공부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대부분 나오는 방법은 통번역대학원을 가거나 통번역대학원을 가지 않더라도 통번역대학원 준비반에서 공부를 하는 것과 같은 것들 뿐이었다. 당장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영어 번역의 경우 ‘CLASS101’라는 사이트에서 진행 중인 강의가 있어 온라인 강의로 공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중국어의 경우 아직 그런 강의가 없는  상황이었다. 아쉬운 대로 영어 번역 공부라도 해볼까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 한 언어에 국한되기보다 그냥 번역 자체를 공부해볼까라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영어 번역 강의를 결제하기 직전의 순간, 평소 구독하고 있던 중국어 번역가 유튜버의 번역 강의가 한 달 뒤 ‘CLASS101’에서 오픈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무슨 기막힌 타이밍일까. 오픈 예약을 해두고 오픈하자마자 강의를 결제했다.


 번역의 세계와 중국어 번역 법을 알고 싶어 신청은 했지만 난도가 높을 거 같아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역시나 내 수준에 비해서 난도는 높았고 계속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강의 수강료를 보면 듣기라도 다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꾸역꾸역 전체 강의의 절반까지 들었다. 절반까지 하고 나니 내가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가 보였다. 전체적으로 다 부족하다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중에서도 문법이 유난히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학 자격증 시험을 위해 시험용 문법을 공부한 것 외에 문법만을 공부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잠시 강의를 중단하고 문법 책 한 권을 먼저 떼기로 했다. 공부를 했다가 안 했다가 해서 아직 문법책 한 권을 끝내려면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문법책 한 권을 깔끔하게 끝내고 다시 번역 강의로 돌아갈 것이다.


 강의를 결제했을 때는 머지않은 미래에 중국어 번역가로도 일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했지만 택도 없는 꿈이었다. 잘하지는 못하면서 언어에 욕심이 있는 편이었는데 그 욕심을 놓게 되었다. 그저 중국어를 공부하는데 새로운 방법이 하나 더 생겼다. 점점 공부할 방법만 늘어가는 걸 보니 중국어는 어째 점점 더 애증의 깊이가 깊어만 가는 언어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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