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 4
지식 정보 사회
엘빈 토플러가 쓴 「미래 쇼크」가 발행된 1970년부터 시작된 새로운 미래 사회가 바로 지식 정보 사회라는 모습으로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이 시점에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토플러는 이 책에서 새로운 교육 혁명을 예견하면서 모든 학교와 공동체에 그 당시의 입장에서 미래를 탐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미래 협의회」를 구성하고 가상적 미래를 예측하여 일관성 있는 교육 대책과 대안들의 공개적 토론을 촉구하고 있다. 과연 3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에게 「미래 협의회」는 아니라 할지라도 그 어떤 교육적 대안들을 위한 노력이 있어 왔던가라는 자문에 누구도 선뜻 대답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지식 정보 사회는 21세기를 이르는 말이다. 지식 정보 사회는 탈규제, 글로벌 경제체제의 강화 및 눈부신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에 의하여 초래된 새로운 사회이다. 지식 정보 사회는 특히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과 이들 기술 상호 간의 융합 현상에 의하여 초래되고 있다는데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사회 근간을 혼란 속에 빠뜨린다. 따라서 지금은 기술 발달이 야기시킨 혼란의 시기라고도 할 수 있다.
이미 후기 산업사회의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 사회는 정보화와 뉴미디어의 물결로 넘치고 있다. 탈산업화를 기치로 지식과 정보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기에 우리 사회는 거대한 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초고속 인터넷망을 기반으로 한 정보 문화의 범람, 모바일 강국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는 무선 통신 서비스는 하루가 다르게 우리 삶의 모습들을 바꾸어가고 있다. 거대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하루 일과의 중요한 일거리가 되고 있고, 단 한순간도 인터넷과 떨어져 살 수 없을 정도로 우리는 이미 지식 정보 사회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정보화 시대가 우리에게 항상 희망을 주는 것은 아니다. 산업 사회가 지닌 부의 편중이 새로운 지식 격차와 정보 소외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기에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국가 정보화 지수 세계 8위의 명성에 걸맞을 것이다. 아울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의 새로운 지식 정보 사회에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미래 교육」을 위한 교육 종사자들의 부단한 자기 계발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미래 교육을 위한 교육개혁은 오랫동안 정부가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추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계의 갈등이 오히려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는 21세기 지식 정보 사회 구축에 필수적인 투자마저 현저히 줄어들고 있어 우리 교육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교육 개혁은 새로운 사회에서의 생존을 위해서도 중단되거나 퇴색되어서는 안 되며, 동시에 교육개혁의 내용이나 프로그램이 단순히 현재의 열악한 문제 해결 즉, 학교 건설, 교실 개-보수, 교사 처우 개선, 교과서 개편, 입시 개편 등에 한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미래 교육
미래 교육이란 토플러가 이미 언급했듯이 「미래형 시제의 교육」이 되어야 한다. 토플러는 미래 교육이 추구해야 할 두 가지 방향으로 ‘초산업주의’와 ‘미래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미래 협의회 운동’의 목표를 크게 세 가지로 지적하고 있는데, 첫째가 우리 교육 제도의 조직 구조를 변혁시키는 것이고, 둘째는 교과목을 혁신하는 것, 그리고 셋째는 미래지향성을 더욱 조장하는 것이다. 이를 보다 구체화시켜 분산화, 탈중앙집권화, 지역사회와의 교류, 애드호크러쉬적(특별위원회적) 행정, 융통성 없는 시간 배정과 학급 편성 체계의 타파 등을 지적하고 있다.
데이비드 힉스는 미래 교육의 목적이 현재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게 하는 데 있다고 본다. 그가 말하는 미래 교육의 의의는 첫째, 좀 더 넓은 세계 속에서 자신의 삶과 지구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에 대하여 좀 더 미래 지향적인 관심을 가지게 하고, 둘째, 학생들에게 좀 더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구체화할 수 있게 하며, 셋째,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과 창조적 상상력을 좀 더 효과적으로 훈련시킬 수 있고, 넷째, 계속적으로 닥쳐오는 선택의 상황 속에서 좀 더 사려 깊고 심사숙고를 거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하며, 끝으로 다섯째, 미래 교육은 시간적으로는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 공간적으로는 지역적 차원에서 지구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공동체 안에서 좀 더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지난 2001년부터 OECD 산하의 미래 교육 포럼에서 진행해 온 SFT(School For Tomorrow)라는 프로젝트에서 구축한 툴박스는 크게 아홉 가지의 활동으로 미래 교육의 틀을 구성하고 있는데, 국제 툴박스, 지표를 포함한 학교교육 시나리오, 21세기로의 전환, 학습과 지표, 핵심 국가 및 다른 국가들의 툴박스 운영 활동, 학습과 혁신을 조직하는 최첨단 모델, 학교교육의 수요에 대한 이해, 툴의 개발과 사용을 위한 방법론, 대학의 미래, 평생학습의 미래 등이다.
그리고 국제 툴박스와 함께 SFT가 만든 것 중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21세기 전환 시나리오이다. OECD의 CERI(Center for Educational Research & Innovation 교육연구혁신센터)에서 향후 10~15년간의 학교의 미래에 관해 만든 여섯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그것은 1) attempting to maintain the status quo, 2) Re-schooling, 3) De-schooling의 세 가지 큰 영역으로 구분되는데, 관료주의적 학교체제 지속, 교사 부족 위기 시나리오, 핵심적 사회 기관으로서의 학교, 집중적 학습 조직으로서의 학교, 학습 네트워크 및 네트워크 사회, 시장 확장 모델 등의 여섯 가지로 작성되었다.
미래 교육의 방향
따라서 오늘의 지식 정보 사회에서 추구해야 할 미래 교육은 이러한 바탕 위에서 우리 교육 현실에 적절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정보화 사회의 중심 도구가 되고 있는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정보 통신 매체들을 활용한 다양한 모형이 미래 교육의 주된 도구가 되어야 한다. 거기에 학교 공간의 질적인 변화와 열린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구현해 나간다면 가정과 사회와의 연관성이 한층 더 공고해질 것이다. 최근에 우리 교육계의 큰 화두가 되고 있는 ICT 활용 교육도 미래 교육의 큰 틀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미래 교육의 방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개별화를 바탕으로 하는 자기주도적 학습으로의 전환
지식 정보 사회 이전의 교육은 교사 중심의 폐쇄적 환경에서 이루어져 왔다. 주입식 위주의 교육이 준 폐단은 학생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살리지 못하고 보다 전문화된 개성을 키워 내는데도 성공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 지식 정보 사회에서는 인터넷이라는 무한한 정보의 바다를 통해 학생들은 스스로 자신만의 개별화된 학습을 수행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앞으로의 미래 교육은 교사 중심이 아니라 학습자 중심의 개별화된 학습을 통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인재 양성의 요람이 되어야 한다. 즉 지금까지의 교사 중심의 교육(Education)과 훈련(Training)이 아니라 학습자 중심의 학습(Learning)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2. 정보 인프라를 통한 열린 교육 체제의 구축
하루가 다르게 수많은 지식과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범람 시대를 맞아 현재의 폐쇄적인 교육 체제와 획일화된 교육 내용이나 방법들은 더 이상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없게 되었다. 나날이 진보하고 있는 첨단 IT 기술과 세계를 거미줄처럼 연결해 놓은 초고속망을 활용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구축되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첨단 IT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교육 환경의 개방을 이루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열린 교육 체제로의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이러한 열린 교육과 연계한 평생 학습 체제는 교육 소외 계층에 대한 학습 기회의 제공으로 이어져 보다 다양하고 폭넓은 교육 수혜가 가능해질 것이다.
3. 교육 공학을 활용한 멀티미디어 교육 환경 구축
새로운 미래 교육의 교육 환경은 더 이상 단선적인 매체로 이루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일방적이면서도 단일한 도구를 사용하는 교수-학습은 교육 수요자들에게 아무런 흥미를 일으킬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검색하고 선별하여 학습자들의 수준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의 개발과 멀티미디어를 활용하는 교육 매체의 이용은 미래 교육의 중심적인 교육 환경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멀티미디어 교육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최첨단 정보 통신 기술과 교육 공학적 접근이 필수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교사의 역할
이제 지식 정보 사회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미래 교육의 건설을 위한 우리 교사들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자. 더 이상 미래 교육에 대한 계획과 실천이 방치되는 한 우리 교육의 전망은 매우 어두울 뿐이기에 교사의 역할과 사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새로운 미래 교육을 열어갈 바람직한 교사의 역할에 대해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1. 학습자의 학습을 돕는 조언자(Mentor)의 역할
개별화된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위해서는 교사는 지식 전수자의 역할에서 이제는 학습자들의 개별적인 학습을 돕는 조언자가 되어야 한다. 물론 무한정으로 생산되어 유통되는 지식과 정보들의 선별 작업은 교사의 몫이 되어야 한다. 교육 매체의 다양화와 첨단화를 통해 학습자 개인의 개별 학습이 주된 학습 유형으로 정착되고 시공간을 넘어서는 열린 학습 체제가 구축된다면 교사는 개별 학습자들의 수준과 환경을 바탕으로 적절한 지도와 조언을 통해 학습자들의 창의력과 판단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2. 다양한 정보 통신 기술의 활용을 주도하는 역할
미래 교육의 성패는 정보 인프라 구축과 정보화 마인드의 확산에 달려 있다고 보아도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개방적인 교수-학습이 구현되기 위한 정보 통신 기술의 활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다. 컴퓨터가 변화시킨 우리 삶의 무게만큼 미래 교육은 첨단 IT 기술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기에 다양한 정보 통신 기술의 활용 능력은 그만큼 교사의 기본 역할 중의 하나로 자리잡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전문적인 네트워킹 분야나 기술적인 하드웨어 분야는 전문가에 맡긴다 하더라도 웹사이트 구축이나 멀티미디어 컨텐츠 제작에 있어서 일정 역할을 맡아야 보다 실질적이고 적절한 학습 지도가 이루어질 것이다.
3.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수집하고 창출하는 역할
초고속 통신망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회사나 학교뿐만이 아니라 가정에서도 자유롭게 인터넷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인터넷망에 의하여 대용량의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단시간에 상호 교류됨으로써 영상과 음성, 그리고 애니메이션과 동영상 등의 복합적인 멀티미디어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교육 환경이 실현에 옮겨지고 있다. 따라서 이제 교사는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지식과 정보들을 수집하고 선별하는 작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나아가 새로운 정보의 창출과 콘텐츠 개발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져야 한다.
4. 교육 주체 간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역할
온라인 커뮤니티의 활성화로 사이버 상에서의 활발한 교류가 일상생활 속으로 깊이 파고들고 있다. 교육적이거나 신변적이거나를 떠나서 미래의 교사나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인 생활 도구가 될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쪽지 상담이나 비밀 상담 같은 도구는 이미 실현되고 있고 앞으로 더 촘촘한 관계망이 구축되고 전국 단위의 교육정보망이 제대로 가동된다면 학교와 가정 간의 보다 긴밀한 연계가 네트워크상에서 구현될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채널을 통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하여 교육 주체 간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 [Dec 15.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