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하늘거리는 아지랑이
발밑을 간지럽히고
철없는 나비 흔들어대면
나는 비로소 기지개를 켠다
따가운 뙤약볕 아래
무섭도록 짙푸른 녹음이 덮치면
나는 가쁜 숨 헐떡이며
활개를 펴고 일어선다
불현듯 찾아든 된서리에
가슴은 누렇게 멍들어
몸과 마음 안으로 삭히며
광활한 대지의 품 속으로
먼 여행을 떠난다
시간이 멈추어 버린
설국의 끝자락에 서면
가만히 껍데기를 벗기며
꿈결처럼 밀려오는
동면에 빠진다
[Jul 2017]
하찮게 보이는 풀잎이 사계절의 변화를 통해 변모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거스를 수 없는 대자연의 순환 속에서 온몸을 맡기고 동화되는 생명체의 운명과 순응을 통해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을 배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