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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상수 Jun 30. 2021

풀잎

#습작시 연재 5

풀잎


하늘거리는 아지랑이

발밑을 간지럽히고

철없는 나비 흔들어대면

나는 비로소 기지개를 켠다


따가운 뙤약볕 아래

무섭도록 짙푸른 녹음이 덮치면

나는 가쁜 숨 헐떡이며

활개를 펴고 일어선다


불현듯 찾아든 된서리에

가슴은 누렇게 멍들어

몸과 마음 안으로 삭히며

광활한 대지의 품 속으로

먼 여행을 떠난다


시간이 멈추어 버린

설국의 끝자락에 서면

가만히 껍데기를 벗기며

꿈결처럼 밀려오는 

동면에 빠진다


[Jul 2017]


하찮게 보이는 풀잎이 사계절의 변화를 통해 변모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거스를 수 없는 대자연의 순환 속에서 온몸을 맡기고 동화되는 생명체의 운명과 순응을 통해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을 배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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