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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상수 Jul 01. 2021

시와 삶

#문학 이야기 2

공자께서 시경에 이르시길 '詩三百 (시삼백) 一言以蔽之 (일언이폐지) 曰思無邪 (왈사무사)'라고 하셨는데, 이는 시의 내용에 대한 언급으로 시의 주제가 되는 시인의 생각과 느낌의 순수함을 피력한 것으로 이야기와는 다른 시의 본질적 특성인 자기 고백이나 외부 세계의 순수한 자아화 과정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와는 다르게 서양의 시에 대한 개념은 형식적 측면에 치우쳐 있다. 플라톤은 이데아의 표상인 현실의 모방이 예술이라는 관점에서 시도 마찬가지로 이중 모방이라는 누명을 씌우고 비판하고 있으며, 이를 이어받은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방에서 재현으로의 의미 전환을 가져오면서 시에 대한 비판보다는 시의 효용에 있어서 카타르시스를 주장함으로써 시와 예술의 가치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어느 날 시가 내게로 왔다'고 한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일이 시를 정의하는 것'이라고 하면서도 그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Il Postino'에서는 시에 대한 본질적 문제를 다루기도 한다. 아마도 시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면 세상의 시인 수만큼 많은 개념들이 나올 것이다. 


그래도 시를 쓰거나 읽으려면 적어도 시가 무엇인지는 나름대로 정의를 내릴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내게 있어서 시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한 생각과 느낌을 사회적 표상의 하나인 언어를 통해 가치 있는 작품으로 표현하여 사람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주는 예술 활동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순수한 생각과 느낌을 적절한 언어 표현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시가 좋은 시가 아닌가 한다.


좋은 시를 쓰기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시적인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시를 쓰는 것이 필요하다. 순수한 생각과 느낌의 언어적 재현이 시라고 한다면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삶과 진리에 대한 치열한 열망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 세상에는 진리와 허위 두 가지가 있는데 진리란 있는 그대로의 것이고 허위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삶의 있는 그대로의 순수함을 드러내는 시가 훌륭한 시가 아닌가 한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순수한 내면의 진리를 드러내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시를 쓰는 것이다. 꾸미거나 허위를 드러내는 이야기와는 달리 진솔하게 나 자신의 생각 너머에 담겨 있는 어떤 참된 목소리를 시로 표현하고 싶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항상 만물의 움직임에 내재하는 기운이나 도(道)를 언어로 표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사물과 형상을 제대로 보고 현상과 추상의 내밀함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시다운 시가 나올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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