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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상수 Jul 02. 2021

안개

#습작시 연재 6

안개


안개 자욱한 날에는

세상 한가운데 나 홀로

내 이름 지우며

저 멀리 복숭아밭을 거닌다


몽실몽실 꽃 피우는

물빛 새벽 안개가

내 발 밑에서 하나 둘 사라지면

나는 또다시 이름을 지운다


검은 얼룩이 사방에 퍼져

세상이 온통 까맣게 물들어도

산 허리 휘감은 안개에

어느 새 마을은 새하얀 설국이 된다


안개 휘돌아 감기는

잊혀진 새벽 숲길에 서서

나는 오늘도 내 이름을 지운다


[Aug 2017]


산을 오르다 맞은 자욱한 안개를 바라보며 세상 모든 것을 감추어 버리는 안개의 신비함에 젖어 나를 망각하는 경지를 드러내고 있다.

모든 것을 덮어버리고 지워버리는 안개의 위력에 나 자신마저 잊어버리는 무아의 경지에 잠시나마 젖어들고 싶은 욕구가 있으리라.

세상살이의 혼탁함과 허망함에 지친 심신을 치유하는 안개를 찾아 다시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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