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산책 독서 모임
언젠가부터 좋은 책을 함께 읽으며 서로의 마음을 다독여 주고 책을 통해 인생살이의 고달픔도 보다 쉽게 넘길 수 있는 지혜도 얻을 수 있는 소박한 책 읽기 모임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보는 기분과 흡사했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단지 보이기만 할 뿐 잡을 수 없는 <현실성 없는 생각>이란 꼬리표를 매번 달랑달랑 갖다 붙이곤 했다.
독서 모임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진행자로서 자질도 심히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나의 이런 고민을 듣고 용기를 주는 한 사람이 있었다.
“한 번 해보고 안되면 안 하면 되잖아요?”
나의 문제를 듣자마자 찰나의 순간에 거침없고 간결한 대답이 즉각 제공되었기 때문이었는지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라고 그동안 품었던 두려움에 마취 주사라도 맞은 듯한 반응이 머릿속에서 긍정을 품은 생각의 형태로 뚜렷하게 모습을 갖추는 것을 보았다.
‘에~라. 모르겠다. 한 번 해보지 뭐.‘
이렇게 해서 <재미있는 마음산책 독서 모임>이라는 안내장을 몇 곳에 올려놓게 되었다.
독서 모임이 재미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야 없었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재미있는>이라는 단어를 동원한 것은 신청자를 한 명이라도 더 늘려보려는 나름의 노력이라 하겠다.
가슴 졸이던 날들이 한참 지난 후에 드디어 마법에 걸린 사람들이 나타났다.
<재미있는>이라는 평범하지만, 그래도 달콤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단어의 묘약에 이끌린 분들 인지도 모른다.
마법이 풀리지 않도록 참가 신청하신 여성 세분과 전화 통화로 일정을 안내하고 모임 첫날 점심은 내가 쏘겠노라고 추가 공지도 하였다.
그리고 버젓한 모임이 되도록 회원 규모도 확대했다. 둘째 딸에게 가입 권유를 하자 그동안 나의 간절한 염원을 잘 알고 있던 터라 “예. 아빠 알았어요”하고 쿨하게 허락해 주었다.
이렇게 해서 60대 초반 여성 한 분, 50대 중반 여성 한 분, 40대 초반 여성 한 분, 30대 초반 여성(우리 집 둘째 딸) 그리고 모임을 진행할 나(60대 초반 남성) 등 자연스럽게 세대별로 균형 있게 조합된 다섯 명의 회원들이 더위를 식히며 부드럽게 내리는 보슬비를 반기며 8월 어느 토요일 서로 낯선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생각한다는 것은 곧 현실의 가능성과 접촉하는 것이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제가 경험은 없지만 이런 독서 모임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더니 오늘 이렇게 현실로 되었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독서 모임이 재미있는 모임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이렇게 선거에 나온 사람처럼 재미를 다짐하고 공약하는 나의 인사말로 모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여름은 더욱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