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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대 Jan 08. 2023

아름다운 독서모임

보슬비 내린 토요일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슨 일이든 하게 된다.

그것은 전혀 의도하지 않게 불현듯 나타날 수도 있고, 어떤 계기에 의해서 의도를 갖고 적극적으로 일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던 일이라면 호기심과 더불어 막연한 불안감과 함께 그 일을 시작하게 된다.

지난해 여름. 

그러니까 8월의 어느 토요일 아침. 처음으로 독서모임을 진행하는 날이었다.

그날 아침은 전날까지의 무더위를 차분히 식혀주는 보슬비가 불안감으로 두근거리는 내 마음에 부드럽게 내려앉는 그런 날이었다.

후일 독서모임 첫날 풍경을 회원 한 분이 공책에 묘사해 놓은 것을 보게 되었는데 맑은 수채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날 아침부터,

포슬포슬 시원한 비가 내렸어.

톡,

톡,

톡.

토요일이었어.

독서모임 첫날이었지.

낯선 사람들을 만났지만,

참 좋았어.     


그랬다. 낯선 사람 다섯 명이 처음으로 만났지만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서 서로가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이인 것처럼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아래 그림은 회원분이 공책 첫머리에 빗방울 아래 펼쳐진 우산을 연필로 그려놓은 것을 내가 일러스트화한 것이다.  즉흥적이고 소박한 쪼그만 그 그림을 본 순간, 왠지 마음속에서 순식간에 커다란 우산이 되어 다시 펼쳐지는 것을 보았다. 그날 저녁 집에서 그 그림을 따라 그리면서 빗방울에도 알록달록 색깔을 넣었다. 그냥 기분이 좋아서.


처음 만난 사람들의 독서모임은 처음 계획대로 3개월여 진행되었고 모임이 거듭되면서 서로가 서로의 마음 세계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 놓기를 주저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나는 ‘참, 아름다운 독서모임이로군’하고 생각했다. 앞으로 그 이야기를 쭉 늘어놓아야겠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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