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다들 트와이스 정연을 생각할 것이다. 정연이라는 이름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니까. 나에게는 정연이라는 싱어송라이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녀가 2015년에 발매한 "Farewell To Old Me"라는 EP에 'Escape'라는 곡이 있다. 스트링의 향연이라고도 불리는 이 곡의 가사는 당시의 내가 느끼는 감정과 100% 일치했다. 스물여섯의 나는 무엇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인지는 몰라도 도망치고 싶었다.
스물여섯의 나는 미래를 알 수 없는 일에 매일 투자했다. 울고 싶은 날에도 필사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동하는 시간 동안 이 곡을 무한 반복하면서 들었다.
'날 잡아 두지 말아 둬, 내버려 둬 달아날 수 있게'
아무것도 나를 붙잡지 않는 것 같은데 도대체 무엇이 나를 붙잡고 있는지 당시의 나는 알 수 없었다. 사회적으로 나에게 씌워진 프레임이 나를 붙잡는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나의 나이, 성별, 내가 나온 대학, 나의 경험 그 모두. 사람들은 나를 보려고 하지 않고 내가 그동안 걸어온 발자취만을 보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지나치게 과거 지향적인 것 아니냐며, 억울한 마음이 있었다. 과거는 경험일 뿐 미래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니.
2022년에 이 노래를 다시 들으니, 여전히 나는 어디론가 탈출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는 듯하다. 내가 벗어나고 싶은 건 나를 미워하는 마음 같은 것이다. 내가 정말로 벗어나고 싶었던 건 타인의 간섭이 아니라 내 안에서 들려오는 가혹한 내면의 목소리 같은 거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나에게 그렇게 관대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실은 오늘 아무런 일을 하지 않고 '휴가입니다'라고 해두어도,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오늘 아무하고도 말하지 않으려고 하면 그럴 수 있는 것이 이 일이다. 난 사람들을 좋아하는데 어쩌다 프리랜서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는지. 회사들이 날 안 좋아해서, 조직이랑 안 맞아서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이 노래는 그냥 사실을 나열할 뿐인데 묘하게 위로를 해준다. 몇 번 듣고 나면 정말 내 내면에서 탈출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다시 족쇄에 갇힌 기분이 들 때 다시 들으러 온다. 내가 갑갑하다고 느끼는 건 변화가 없는 자신이 아닐까.
실제로는 변화에 민감한 편이면서 이상적인 나와 현실의 나의 차이를 줄이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욕심 때문에 벗어나고 싶다 생각하는 건 아닐까? 흘러가는 대로. 순리대로. 그러다 보면 알게 되겠지. 오늘 비가 오는 것처럼 내 마음에도 가끔 비가 오는 건데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비도 필요하니까. 이런 감정도 필요해서 드는 것이니 너무 밀어내려고 하지는 말아야겠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건 슬픔이었던 것처럼, 어떨 땐 그저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가장 큰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