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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새벽 Nov 14. 2022

1억의 시행착오, 브랜딩 하지 마세요.

브랜딩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제까지만 해도 브랜딩으로 월세를 더 받아보겠다더니, 왜 사업 초기에는 브랜딩 하지 말라고 하는 "내로남불"일까요. 제가 말하는건 모든 브랜드가 브랜딩을 하지 말아야 된다는 건 아닙니다. 우선 공간 비즈니스는 초기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공간 비즈니스는 F&B비즈니스(음식점, 카페, 술집) 그리고 대관업 등이 포함됩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공간 브랜드는 공간 및 메뉴 등에 콘셉트가 부여되지 않으면 사람들을 모객 할 브랜드의 강점이 없게 되니까요.


그리고 자본력이 있는 브랜드 또한 브랜딩을 해도 좋습니다. 브랜딩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팀 구성이 가능할 것이고, 어느 정도 시행착오의 비용을 자본력이 커버해줄 테니까요. 제가 브랜딩을 하지 말라고 하는 건 건 온라인 사업에서의 초기 브랜딩입니다.  스마트 스토어, 온라인 쇼핑몰, 브랜드, 스타트업 등 온라인에서 거래가 일어나는 사업자는 초기에 브랜딩 보다 마케팅, 영업 등 당장 매출을 내는 수단이 더 중요합니다


우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비교해 보자면 오프라인 비즈니스는 거래방식이 온라인보다 좀 더 간단합니다. 1차원적인 거래이죠. 내가 동네에 가게를 하나 오픈하면 오픈 이벤트를 하고, 네이버 스마트 플레이스, 배달의 민족 등을 등록해서 초기 프로모션을 진행하면 첫 매출이 빠르게 발생합니다. 그저 사람들이 궁금해서 가서 체험하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거래가 단순합니다.


하지만 온라인 비즈니스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웹사이트, APP 등을 만든다고 사람들이 바로 이용하진 않습니다. "신뢰"가 없기 때문에 아직 구매자나 방문자가 없는 것 이죠. 근데 이 상황에서 "브랜딩에만"집중하면 겉만 번지르르한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자본을 써서 웹사이트나, APP 등을 구축했지만 이용자는 아무도 없는 거죠. 물론 전혀 브랜딩이 필요 없는건 아닙니다. 의사결정 요소가 되는 브랜드의 본질 정립, 초기에 필요한 디자인 작업 등 기본적인 것은 당연하게 필요합니다.


저희는 이러한 기본적인 요소들로 실제로 판매가 이루어지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브랜드가 시장에 대한 반응이 실제로 있는지 테스트하는 과정이며 , 이로 인해 브랜드가 활성화되면 초기에 잡았던 기본적인 브랜딩 요소들 위에 하나씩 살을 부쳐나가는 것이죠. 저는 이것이 온라인 브랜드가 시행착오를 덜 겪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겪은 시행착오 과정을 공유드려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브랜딩 빌더'로 활동하는 만큼 브랜딩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본질, 코어가 없는 회사는 지속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너무 이것에 집중한 나머지 현재도 진행하고 있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스타트업"에서 브랜딩에 대한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저희는 초기에 "골프시장"을 타기팅 했습니다. 시장 규모가 매년 2 자릿수로 성장하고 있기도 했고, 인플루언서 입장에서도 골프 용품들은 모두 비싼 브랜드가 대다수였기 때문에 브랜드와 긍정적으로 상통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인플루언서가 사용하는 APP를 자체적으로 개발, 웹사이트 제작, 브랜딩 진행 등 모든 과정을 "린" 하게 가져가지 못하고 "헤비"하게 진행했습니다.


6개월 동안 1억을 태우며 열심히 삽질을 해본 결과 사실 골프 시장은 철저하게 "파레토의 법칙"이 적용되는 시장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시장규모, 매출액, 성장률의 80% 이상이 대기업 자본, 기존 코어를 유지하고 있던 브랜드 들에서 나타나는 것을 뒤늦게 알아버렸습니다. 하지만 이미 1억의 시행착오 비용을 지불 한 이후였습니다. 그 시장에는 이미 이러한 인플루언서의 마케팅의 수요가 크게 없었고, 골프시장 특성상 기업들의 관계가 중요한데, 저희가 아무리 APP를 개발하였다고 하더라도 브랜드 측에서는 오랜 관계를 가진 대행사와 마케팅을 진행해도 매출이나 성장면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이죠.


저희는 이 과정에서 브랜딩의 본질 또한 계속해서 짚고 넘어갑니다. 계속해서 시간을 소비하며 비전, 메시지, BI 등을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 매출을 내는 것" 이것이 본질이었습니다.


하지만 본질을 이해 했을땐, 이미 1억원의 비용을 지불 한 다음이였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회사는 무엇이 우선인가요?


매출지표가 우선이라면, 시장에서의 수요를 확인하고  매출이 발생한 이후에 브랜딩을 해도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만약 회사가 혹은 대표 개인이 세상의 어떠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내가 가진 메시지를 세상에 알리고 싶은 비즈니스 라면 초기에 브랜딩이 꼭 필요합니다. 일관적인 메시지를 고객에게 전달하여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이미지를 고객에게 심어줘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희 스타트업은 당장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겨있던 비즈니스가 아니었습니다.


매출, 생존, 성장이 목적인 회사로서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매출을 내는 행위 자체를 더욱 집중해야 되는 것이 아마 더 옳은 선택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모든 걸 완벽하게 브랜딩 하는 게 아니라요.


그래서 최근 크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 (토스, 지그재그, 쏘카 , 리멤버) 등을 보면 사업 확장을 하고 대규모 리브랜딩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희 스타트업 또한 골프시장이 너무 양극화되어 있는 모습을 보며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필요한 시장을 국내 여행 및 숙박업 시장이라 생각하고 타깃 정의를 변경했습니다.

그러자 얼마 안 있어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3개월 계약 , 800만 원 계약이 성사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정말 제대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시장의 중요성" 그리고 "무리한 브랜딩의 불 필요성"을 말이죠.


아직까지 목표 매출을 달성하기 전입니다. 하지만 이전의 시장보다 확연하게 가능성이 열려있단 사실은 느끼고, 팀원들과 함께 이 시장에 대해 열심히 디깅 중입니다.


지금 브랜딩을 생각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지금 선택한 시장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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