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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긴믈 Jan 17. 2020

韓의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6

물질문화를 통해 본 辰과 韓 [壹]

가. 고고학에서의 권력과 정치체


앞서 문헌을 통해 진과 한의 정체Identity를 추측하고, 그들의 분화점을 가늠해보았다. 기실 문헌 기록만을 가지고는 진과 한을 분류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 다만 한반도 남부의 사회단위체가 적어도 서기전 2세기까지는 진국으로 불렸으며, 서기 3세기에도 그 사회의 최고 통치자로서 진왕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 한의 경우 서기 2세기 전중엽의 어느 시점에 중원인들에게 인식되었으리라 생각되므로, 진과 한의 이름이 완전하게 분리되어 사용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둘 사이의 계승성 여부가 분명하지 않다 하더라도, 최소한 삼한 사회에서 진이 권력의 정통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고고학적으로는 진과 한을 구별하거나 그들의 시발점을 규정할 수 있을까?


서기전 2세기에 문헌에 등장하는 진국은 중원의 천자를 알현하려는 의도를 내비친다. 이는 당시 진국이 원거리 대외교류가 가능할 정도의 사회집중도를 갖고 있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또한 서기 3세기에 묘사된 삼한은 수십 개의 국으로 이루어진 정체적 중합체Polymer이다. 그 말인 즉슨 ‘서기전 2세기의 진국’과 ‘서기 3세기의 삼한’은 곧 정치적 역량을 갖춘 지배자를 위시하여 구성된 사회였다는 것이며, 곧 고고학에서의 ‘정치체政治體’를 연상케 한다. 정치체란 한국고고학에서 고대 사회의 정치적 단위체를 이르는 말로, 본디 서구고고학에서 일컫는 Polity를 번역한 것이다. 고고학 전문용어로서 일종의 고유명사로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정치체의 등장은 고고학적으로 어떻게 증명 혹은 상정될 수 있는가? 무엇을 기준으로 정치체의 성립을 판단하는가? 이 지점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인류가 제기한 사회발전론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사회 → 복합사회’, ‘평등사회 → 계층사회’로 전이된다는 점이다. 또한 계층사회의 경우 그 계층도가 명확·복잡해짐에 따라 중앙집권적 1인자의 등장으로 나아간다. 이는 티모시 얼Timothy K. Earle에 따르면 권위자에서 권력자로의 전환, 조나단 하스Jonathan Hass에 따르면 지도자에서 지배자로의 전환으로 일컬을 수 있다. 종합하자면 지도자는 권위Authority를 가진 존재로 공동체 성원들의 지지를 받아 공동체를 이끄는 존재인 반면, 지배자는 권력Power를 가진 존재로 조직 성원에 일방적인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이다. 여기서는 양자를 의타적 권능과 배타적 권능으로 규정하도록 하겠다. 전자는 성원의 지지를 받아야만 획득 가능하며 그들에게 행사할 수 있는 강제력이 없거나 약한 반면, 후자는 성원을 압도하는 개인의 권세와 능력이며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의타적 권력과 배타적 권력


일단 고고학에서 권능자의 존재는 온갖 부장품으로 치장된 무덤 속에서 찾아낼 수 있다. 그렇다면 의타적 권능과 배타적 권능은 무덤 속에서 어떻게 표상되는가? 전자는 다분히 상징적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무언가 상징성을 가진 물건으로 권능과 지위가 표상될 것이다. 반면 후자는 실질적인 힘이며 강제력이다. 그러므로 배타적 권능자의 무덤 속에 부장된 물건들은 다른 이들이 가질 수 없는 압도적인 경제력이나 군사력 등을 표상할 수 있는 종류의 것들이라 할 수 있다. 조나단 하스는 권력의 기반을 경제·군사·이념으로 구분하여 분석한 바 있는데, 이는 원시한국의 사례에서도 적용할 법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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