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시대 토기의 여러 가지 문양
신석기시대 토기의 문양은 구순각목문·뇌문·선각문·압날문·압인문·압형문·어망문·융기문·지두문·지자문·즐문·침선문 등이 있다. 이 문양들은 크게 압날·융기문계와 침선문계로 나뉘며 한반도에서는 유행이 대개 전기를 기점으로 압날·융기문계에서 침선문계로 전환되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다고 이전 유행이 완전히 소멸하지는 않는다. 압날·융기문계 문양은 구순각목문·압날문·압인문·압형문·융기문·지자문·뇌문이며, 뇌문·선각문·즐문·지자문·침선문은 침선문계이다. 지두문은 특별히 마련한 문양소라기보다는 토기 성형 과정에서 남은 손누름 흔적이다.
구순각목문은 토기 구순에 각목문을 새긴 것을 말한다. 각목刻目은 문자 그대로 새김눈이라고도 하는데, 날선 시문구를 눌러 찍어 세로로 긴 눈금 형태의 문양을 내는 것을 말한다. 남부지방에서 조기와 전기의 영선동식토기단계에 유행하는데, 그 이후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구분문계토기가 유행하는 중서부지방에서는 구순각목문이 확인되지 않는다. 유문토기에도 시문되지만, 주로 무문토기에서 확인된다. 간혹 구순을 손으로 누르거나, 시문구로 X자형이나 점열상 문양을 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모두 구순각목문에 포함시킨다.
압날문은 끝이 얇고 긴 시문구를 이용해 기벽을 눌러 찍어 새긴 것을 말한다. 시문구로 문양을 눌러 찍는다는 점에서 압인문·압형문과 유사한데, 압인문은 시문구를 눌러 당기는 방식이고 압형문은 봉상 혹은 판상 시문구로 문양을 찍어내는 방식으로 정의되어 있다. 하지만 이 세 용어는 혼용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용어 수용 및 채택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 글에서 압날·압인문과 압형문의 차이로 채택된 것은 시문구의 형태 즉 문양을 누르는 눈(이빨)이 하나인 단치구單齒具와 여럿인 다치구多齒具의 차이일 뿐 크게 다를 것은 없다. 문양 형태는 단사선문이 물고기 뼈 모양으로 연속되는 어골문과 점이 연속되는 점열문 등이 있다.
융기문은 토기 외벽에 점토띠를 덧붙여 문양을 표현한 것으로, 동삼동패총에서 처음 발견되었기 때문에 조기 동삼동식의 지표유물로 여겨진다. 아무르강유역이나 일본열도에도 융기문이 있으나 한반도와는 문양이나 시문된 토기의 기형 면에서 큰 차이가 있으므로 시문 아이디어 외에 연결성을 찾기 어렵다. 한반도 융기문의 아종은 문양소에 따라 다양한데, 점토띠를 길게 붙인 융기선線문·점토띠 위에 각목을 새긴 융기대帶문·콩알만한 알갱이를 붙인 융기점열點列문(두립豆粒문)·기벽을 손으로 집어 융기문 질감을 낸 유사융기문으로 대분된다. 융기선문의 경우 선의 굵기에 따라 굵은 융기태太선문과 얇은 융기세細선문이 이 아종들은 하나의 토기에 복합적으로 시문되어 복잡한 문양구성을 형성하기도 하며, 침선문과 조합되는 경우도 있다.
지자문은 압날문계와 침선문계에 모두 해당하는데, 거치문 즉 지그재그문양을 연속적으로 시문한 것이다. 압날문계의 경우 단치구와 다치구가 모두 사용된다. 거치문이 가로로 진행된 것을 횡주지자문, 세로로 진행된 것을 종주지자문이라 한다. 지자문토기가 처음 확인된 곳은 초창기의 아무르강유역이며, 이후 중국 동북지구의 홍산문화권에서 압인문계 지자문이 주 문양으로 채택된다. 이 문양은 한반도와 제주도에까지 확산되는데, 한반도 이북의 요하-송화강-아무르강 일대와 기법상에서 관련성은 인정되지만 시기적으로나 형태적으로나 일련의 연결성을 찾기는 어렵다.
뇌문은 단사선이나 압인으로 채운 띠 문양으로 지그재그·방형의 소용돌이·마름모 등을 표현한 것이다. 대개 토기의 동체부에 시문되는 주 문양으로 인식된다. 이전과는 전혀 이질적인,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기하문이며, 번개를 묘사한 것처럼 인지된다 하여 뇌문이라 명명하였다. 한반도 이북지역에서 후기에 흔히 발견되는데, 북서지방과 북동지방의 형식이 약간 상이하며 북동지방의 연해주 내륙에서 가장 오래 채택된다. 한반도에서는 북서부와 북동부가 그 영향을 받아 신석기시대 후기에 등장하며, 각각 요하 인근의 북서지방과 아무르강 인근의 북동지방에 관련될 것으로 판단된다. 뇌문토기는 중국의 채색토기인 채도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되며, 농경문화와 함께 파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각문은 날카로운 시문구로 기벽에 특정 물상의 그림을 그린 것을 말한다. 그림의 종류는 동물과 같은 상형문과 의미를 알 수 없는 추상문이 있다. 부산 동삼동패총과 창녕 비봉리유적 출토품이 대표적인데, 사슴·멧돼지로 보이는 물상을 시문하였다. 그림은 묘사 기법의 측면에서 반구대암각화의 물상과 유사한 점이 있으며, 이 두 유적에서 출토한 선각문토기는 한반도에서 시대가 명확한 자료 중 가장 오래된 회화자료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선각문의 시문 의도는 주술적인 측면이 강할 것으로 생각하며, 선각문토기 자체가 의례와 관련된 특별한 기물로 추정된다. 동삼동 출토품은 중기(서기전 3,000년경)에, 비봉리 출토품은 조기(서기전 5,000년경)에 편년된다.
즐문은 빗살무늬이다. 빗으로 그은 것 같은 문양이라 하여 즐문櫛文이라 명명하였다. 그 자체만으로 신석기시대 토기를 대표하는 문양이며, 즐문토기라는 개념은 빗살무늬의 존재 여부와 관계 없이 신석기시대 토기를 대유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빗살무늬 자체는 침선문의 일종이라 할 수 있는데, 얇은 봉이나 뾰족한 시문구로 기벽을 긁어 시문한 것이다. 즐문은 빗과 유사한 형태의 다치구로 시문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즐문토기 성립 이전부터 문양구성에서 보조적인 역할로 침선이 이용되었으나, 신석기시대 전기 즉 영선동식토기단계와 암사동식토기단계부터 일반적으로 알려진 형태의 빗살무늬토기가 출현하게 된다. 즐문은 선의 굵기에 따라 세선문과 태선문으로 나뉘는데, 앞의 두 형식이 세선문에 해당한다. 영선동식 세선문과 암사동식 세선문은 뚜렷한 지역색이 있는데, 전자는 횡주어골문이 주류인 반면 후자는 종주어골문이 주류이며 전자에 비해 선이 가늘고 얕다. 태선문의 경우 신석기시대 중기에 등장하는 수가리Ⅰ식토기의 주 문양이다. 후기에 해당하는 수가리Ⅱ식토기에는 이 태선문이 규칙성이 약화된 퇴화태선문으로 변하며, 말기의 수가리Ⅲ식에서는 규칙성을 완전히 잃고 새로운 기종인 이중구연토기의 보조 문양으로 전락한다.
국립문화재연구소, 2012, 『韓國考古學專門事典: 新石器時代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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