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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긴믈 Nov 15. 2019

韓의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1

들어가며

조선과 함께 ‘우리’를 가리키는 이름 은 어디서 왔는가? 그 어원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것이 가장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은 사서에 분명히 드러난다. 조선의 폐왕廢王 준이 진의 공간으로 향한 서기전 2세기 초엽 어느 시점, 이때의 준을 두고 삼국지三國志는 ‘위만에게 조선왕위를 찬탈당한 뒤 세력을 끌고 한지韓地에 이르러 스스로 한왕韓王을 칭하였다.’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이 역사적 기록에 등장하는 한의 첫 모습이다. 아울러 그 책에서는 준왕 이후 성장을 거듭한 한제국韓諸國의 존재를 임금의 칭호와 78개나 되는 나라의 이름, 각 한의 풍속과 관습, 심지어 염사치나 기리영전투 등 관련한 몇 가지 일화까지 언급할 정도로 정성 들여 서술한다. 이렇듯 한은 중원인에게도 인지된 한반도 남부 최초의 제국諸國 총체이다. 그리고 고대국가 백제·신라·가야가 모두 그 가운데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은 상식으로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게다가 한은 한국사의 시작점으로 평가되는 조선과 부여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는 것으로 생각된다. 앞서 이야기했듯 조선의 준왕이 남래하였다는 직접적인 언급과 더불어, 후기조선의 우거왕 때는 조선상朝鮮相 역개경이 왕에게 간언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대규모 인파를 끌고 진으로 향했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이것은 진과 한이 조선으로부터 단속적으로 유이민을 받아들였음을 의미하며, 선진적인 물질문화와 정치경험을 가진 유이민들은 아마 사회적 선도자Elite의 역할을 맡는 권력체가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마한의 위례와 미추홀에 자리 잡은 소서노·비류·온조 등은 부여와 관련된 존재들이며, 청주 오송에서는 최근 부여의 것과 같은 형태의 동병철검銅柄鐵劍이 확인되어 부여와의 관계성이 강함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한은 원시한국의 극지 변방이었던 남한지역을 역사 전개의 주 무대로 끌어올린 존재로서 역사적 가치를 갖는다.


하지만 실체가 분명한 한의 첫 등장에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 혹은 모호한 점이 있다. 한이 등장하기 이전 그 공간을 칭하던 〈진〉은 무엇인가? 진과 한의 관계는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가? 준왕으로 상징되는 권력체가 등장하기 이전에 남한지역을 점유한 집단은 한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한과 한의 권력을 실증할 수 있는 물적 증거는 무엇인가? 등등. 이 글 韓의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는 한의 땅에 뿌리내린 권력과 권력자들을 규명하는 이야기로서, 위의 의문들을 주로 고고학적 성과에 기대어 풀어가고자 한다. 원시한국의 무대에서 이루어진 고고학 조사 성과는 동북삼성지역과 남한지역 간에 철기시대 물질문화에 있어 어느 정도의 상사성相似性이 확인된다. 특히 한반도 이북에서 꽃핀 금속 중심의 물질문화는 원시한국에서 권력의 물적 표상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주었는데, 그것은 원시적 정치체Polity를 규정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말하자면 부족사회Tribe단계에서 추장사회Chiefdom단계로의 전이가 물적으로 어떻게 포착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글의 구성은 이 장을 포함하여 현재 여덟 장으로 구성 중이다.


1. 들어가며

2. 문헌사료를 통해 본 辰과 韓

3. 물질문화를 통해 본 辰과 韓

  가. 진의 성립과 배타적 권력의 등장: 서기전 4세기

  나. 진의 성장과 배타적 권력의 확산: 서기전 3세기~서기전 2세기

  다. 중심 전이와 무역 기반 권력의 등장: 서기전 1세기~서기 1세기

  라. 광역 정치체와 삼한정립의 완성: 서기 2세기~서기 3세기

4. 맺으며


2장은 문헌 사료에 등장하는 진과 한의 모습을 종합하여, 철기시대 한반도 남부 정치조직의 정체성을 규명하고자 한다. 3장은 물질문화 유형에서의 상사성과 상이성을 파악하여 진과 한의 분별 기점에 대한 몇 가지 안을 제시하고,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선정할 것이다. 4~7장은 권력의 물적 표상과 근간, 전이 등을 추적함으로써 진과 한의 역사적 전개를 정리하는 내용으로, 물질문화에서 확인되는 큰 변화를 기준으로 네 가지 단계를 마련하였다. 물론 각 장은 분량 문제나 글의 전개 방향에 따라 향후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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