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머리말: 연구의 목적과 방법
고고학은 지금은 과거 인류가 남긴 물적 흔적을 통해 그들이 영위했을 문화를 복원하고 그 역사와 사회·생활상 등을 추론하는 학문이다. 문화인류학의 한 범주로 보자면 인류학이 현재의 문화를, 민속학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문화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 것과 달리 고고학은 현재는 일부 흔적만 남아 있거나 사라지고 없는 과거의 문화에 집중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고고학적 연구를 통해 문자로 남겨지지 않아 역사로 채택되지 못한 지난 시간 이면의 기억들을 추적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다른 학문 분야의 성과나 연구 방법을 이용하여 그 활동 반경을 확장하고 있다. 따라서 고고학의 연구 대상은 과거 물질자료 뿐만 아니라 인간 그 자체까지 확장될 수 있으며,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경관Landscape도 해당된다.
경관고고학Landscape Archaeology은 경관을 인간의 사회적 행위와 관련하여 의미화하고 이를 해석 및 분석하는 학문중앙문화재연구원 2011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 기원은 19세기 초 영국에서 활동하던 낭만주의자들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며Matthew Johnson 2015, 20세기에 이르러서는 문화사고고학과 신고고학에서 과거 해석의 한 방법으로 경관고고학을 꼽고 있다. 이는 경관고고학적 연구 방법이 지표상의 모든 요소를 통계적으로 정리하고 거기서 의미를 도출해내는 데 유용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고고학에서는 1980년대부터 경관고고학적 연구 방법을 수용하였으며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관련 연구가 진행되어 있다. 그 양상은 점진적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한국 연구자들에 의해 경관 연구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고일홍 2012, 金鐘一 2006·2008a·b·2011, 權鶴洙 1999, 박규택·하용삼·배윤기 2010되어 왔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경관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호하며, 한정된 지역의 몇 가지 사례만이 집중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본고에서는 이것을 구명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 경관고고학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고 이것이 한국에서 어떠한 과정을 거쳐 적용되었는지, 그리고 여기서 도출할 수 있는 의의와 한계는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한다.
본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당시 고고학자들의 연구 성과와 방법을 검토한 뒤 연대순으로 정리하고 초보적인 수준의 단계를 설정할 것이다. 한국의 경관고고학적 연구는 상당히 진전되었는데, 본고에서는 이들 중 분량 상 흐름을 잡는 데 요긴할 것으로 판단한 특징적인 논문 몇 편을 선택적으로 제시하여 논지를 전개하고자 한다. 경관고고학의 변천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의 연구 사례들을 수집·정리하였으며, 이외 Matthew Johnson의 단행본 『Ideas of Landscape』를 참고하여 경관고고학의 원류 영국을 비롯한 해외 연구자들의 경관 담론을 이해하였다. 이 내용은 Ⅱ장에서 자세히 다룬다. Ⅲ장에서는 앞서 언급했듯 한국의 경관 관련 연구 사례를 최대한 집성하여 연대순으로 정리한 뒤 이론과 방법의 도입 및 확장 단계를 설정할 것이다. 한국에서 선행되었던 경관고고학적 연구는 대체로 통계학적 방법에 의존한 것이었기 때문에 서술로 표현하기 어려운 도식이나 개념은 도판을 인용하여 이해를 돕고자 하였다. 아울러 연구 사례들을 한국 경관고고학의 도입-심화-확장이라는 흐름에 따라 배열하고 나름의 해석을 첨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