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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긴믈 May 03. 2020

한국 경관고고학의 전개와 현황 3

Ⅱ. 경관의 개념과 서구경관고고학의 전개

경관Landscape은 현재까지 전해오는 과거의 흔적이라는 점에서 유존체라고 할 수 있는데, 유구와 유물 등 단순유존물의 개체 뿐 아니라 그것들의 분포상이나 이를 둘러싸는 주변 지형 등을 모두 포괄하는 것 즉 복합유존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관이라는 개념의 범위는 그저 '고고학적 행위가 일어났던 배경'뿐만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인간의 문화행위가 이루어졌던 장소까지 의미가 확장된다. 이러한 인식 위에서 19세기 초 낭만주의자들은 '경험적 관점'을 통해 경관을 이해하였다.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는 경관의 '감상'을 통해 미학을 고찰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으며, 그 방법으로 '시선'과 '경험'을 제시하였다. 그를 위시한 낭만주의자들은 경관을 글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으나 이는 앞서 언급했듯 체계적인 분석의 틀이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자칫 분별 없는 경험주의로 경도될 위험이 있었다.이러한 경향은 비록 학문이나 이론으로 규정할 수 있을 정도의 체계성을 갖추지는 못했으나 이후 경관을 이해하는 데에 이론적인 근거로 이용되었다.


경관에 대한 인식이 체계적으로 확립되는 데에는 영국의 경제사학자였던 윌리엄 호킨스William George Hoskins가 크게 기여하였다. 그는 고고학자가 아니었으나 기존에 낭만주의자들이 주장하던 경관의 기록 가능성에 초점을 두었으며, 이를 통해 과거를 살펴볼 수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그와 동시기에 살았던 고고학자 시릴 폭스Sir Cyril Fox와 니콜라스 페브스너Nikolaus Pevsner 등은 윌리엄 호킨스와 함께 경관을 '지리학적 장소'와 '건축적 재치'라는 측면에서 이해하고자 하였다. 한편, 야외고고학자였던 오스베르트 크로퍼드Osbert Guy Stanhope Crawford는 항공사진과 지도, 문서 등을 종합하여 야외고고학의 체계를 완성하였다. 이 시기 문화사고고학자들은 경관을 사료의 기록으로 설명될 수 있는 부분에만 한정해 다루었는데, 이는 경관을 문헌을 증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자료로 이해했다고 볼 수 있다. 1950년대 이후 대두한 신고고학자들은 가설을 도출하고 통계적인 결과를 낼 목적으로 경관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전 문화사고고학에서보다 경관의 중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다만 두 경향 모두 경관연구를 그 자체로 목적에 두지 않았다.


경관에 대한 고고학자들의 인식은 1980년대 이후 탈과정고고학이 태동하면서 변화하게 된다. 탈과정고고학자들은 물질문화의 요소에 대한 획일적 해석보다는 그것들이 당대와 현재에 어떤 맥락으로 인식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졌는데, 그러한 사유가 경관고고학에도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경관고고학의 경향은 과거 낭만주의자들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다분히 역사·인문학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에는 영국의 역사적 경관 읽기 전통이 강하게 깔려있다. 아울러 경관고고학을 통한 통계적 접근이 역사 규명의 보조적 역할에 그칠 뿐, 물질문화 자체의 의미를 완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인지하게 되었다는 것 역시 변화의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현재 영국에서 경관고고학은 일반인들의 접근성을 확대하고 문화적 지평을 개척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경관은 이제 그것이 만들어지게 된 정황과 본연의 형태, 그리고 이를 제작한 행위주체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경관고고학을 통해 지역 조사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과거를 그 자체로 재현할 수 있는 만큼, 그 향후 전망에는 지역적 특질과 사회적 현상 등의 다의적인 해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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