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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현 Feb 27. 2023

『멕시칸 고딕』서평

고딕소설의 미래는?


 필자는 소설 중에선 고딕이라는 장르를 선호한다. 고딕소설은 몇백 년 전에 부흥했던, 현재 호러 소설의 원류쯤 된다. 고딕소설이란 중세 후기나 르네상스시기 고풍스러운 수도원이나 성 등을 배경으로 독자들에게 음산한 분위기를 이용해 공포심을 주는 소설 등을 일컫는데, 보통 악마나 괴물 같은 인간을 초월한 무언가가 반동 인물로 등장하곤 한다. 『오란토의 성』, 『드라큘라』, 『지킬앤하이드』, 『프랑켄슈타인』 등이 대표적인 고전적 고딕소설이다. 차후 연애소설과 결합하여 『제인 에어』와 같은 고전을 배출하기도 한다.


 다만, 현재는 장르가 노후화되어 거의 사장되었다. 오랫동안 유효한 발전을 보여주지 못한 탓이다. 그러던 와중에 시장적 히트를 친 『멕시칸 고딕』의 등장은 매니아인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그리고 이 작품은 고딕이라는 울타리 속에 탈식민주의적 페미니즘과 참신한 설정을 활용한다. 이것은 분명 새로운 시도이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고딕소설의 기본기인 '서서히 조여오는 음산함'도 훌륭하게 발휘했다.


 탈식민주의적 페미니즘이 작품의 플롯과 주제 의식에 들어서 있다. 기존 고딕소설에서 여성은 주로 수동적인 피해자이거나, 매력적인 남성과의 감정을 교류하는 정도의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반면, 이 작품에서는 당찬 여성 주인공으로 나서 식민주의와 결합하여 재생산되는 가부장제와 여성 차별에 맞선다. 배경도 고리타분한 유럽이 아니라, 20세기 멕시코에 지어진 한 영국식 저택을 선택함으로써 전통과 새로움을 모두 챙겼다. 이전처럼 괴물이나 악마 따위가 아닌 다른 것이 문제의 실체로 등장한다는 것도 즐거움을 더 한 요소다.


 이런 시도가 완벽하였냐고 묻는다면 답변은 '아니'다. 작품 후반부부터 주제 의식과 완성도 사이에서 작가는 약간이나마 흔들렸다. 하지만 대안 윤리와 고딕소설, 장르적 참신함을 조립하는 과정은 제법 훌륭하다.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대중성 역시 반증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고딕소설이 나아갈 비전을 충분히 제시했는가? 대답은 YES다. 필자에겐 배부르진 않지만 훌륭한 첫술을 떠준 고마운 작품이다.



- 사진의 출저는 황금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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