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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현 Jun 29. 2024

의사는 도저히 말을 들어주질 않아

나는 수면제가 필요한데,

 내 진료를 봐준 정신과의사는 세 명이다. (아닌가? 네명이었나? 여하튼 다섯은 넘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진료를 봐준 의사는 둘이다. 둘은 꽤 다른 사람이다. 한 명은 여자고, 한 명은 남자고. 한 명은 잘 웃고, 한 명은 웃지를 않고......., 그래도 공통점이 있다. 도저히 수면제를 처방해주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사실 그래서 수면제를 처방받아서 먹어본 기간이 길지 않다. 그들은 수면유도제와 항불안제로 내 수면을 퉁치려고 한다.


 "잠이 잘 안와요."

 이 말을 하는 순간 나와 의사 사이엔 긴장감이 발생한다. 물론 아주 짧다. 보통 내가 꼬리를 내는 것으로 진료가 끝나기 때문이다.


 약을 다 먹고 진료를 가면 보통 잠은 잘 잤느냐고 묻는다. 약효가 약하거나, 내가 내성이 생겨 수면에 문제가 생길 때도 많다. 그렇게 말하면 의사는 보통 이렇게 말한다. 조금 더 쎈 걸 처방해드릴게요. 그럼 보통 수면유도제다. 수면유도제도 안 먹힐 때도 많은데 더 쎈 약이 필요한데 말을 해도 이렇게 된다.


 "그럼 이번에는 수면유도제에서 수면제로 바꿔볼게요."

 이 말을 나오게 하려면 아주 길고 성가신 과정이 필요하다. 강한 약을 달라고 하자 여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잠에 너무 집착을 하지 마시고......."

 그게 어떻게 가능한거지? 졸리면 사람이 멍청해진다. 나의 경우에는 근육통이 심해서 가만히 누워있는 것도 힘들어지고 입맛도 없어진다. 눈이 시큰거리기고 해서 글자를  읽는 것도 힘들어지는데, 문제는 글을 읽는게 내 일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국가에서 공인해준 내 지능은 범고래 수준. 더 멍청해지면 어쩌란 말인가?


 이건 사실 내 잘못도 크다. 의사한테도 솔직하거나 강하게 말하는게 힘들다. 내 진료를 봐준 의사들은 내가 자해경험이 있다는 것도 모른다. 하지만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는 걸.


 최근에는 또 수면때문에 고생중이다. 약을 끊어보려고 2,3달 정도 버텨봤는데 불가능이다. 그래서 진료를 다시 보고 약을 또 처방받았다.


 그런데 약을 먹어도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한 번이 2회치를 삼켰는데도. 약에 대해 찾아보니 내가 받은 두 약 모두 수면제도, 유도제도 아니었다. 아~~~~주 간접적으로 잠을 도와주는 약이었다.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는 어쩌구......,


 "꼭 수면제를 고집하실 필요는 없어요."

 이 말이 복선이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수면제 대신 수면유도제를 처방해준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유도제조차 아니었다니......., 시간만 생겨봐라. 그땐 기필코 수면제를 처방받아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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