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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현 Jul 10. 2024

과탑 출신인 내가 F를 맞은 사연

교수한테 잘 보여야한다.

 우선 필자는 과탑을 두 학기 해본 적이 있는데, 정말로 열심히 하거나 머리가 좋아서 얻은 성취는 아니었다. 등록금의 문제로 본래의 성적보다 몇 계단 낮은 곳에 진학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본래 성적이 대단했다는 건 아니고......,


 또 하나의 노하우가 있다. 우리과는 대부분의 시험이 서술형이었고 교수가 직접 채점을 했다. 그래서 교수한테 잘 보이기에 집중했다. 사람이란게 완벽히 객관적일 순 없다. 결국 엇비슷한 수준이면 얼굴이 익은 쪽에 손이 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필자는 교양수업에는 약했다. 마침 F를 맞은 수업도 전공강의가 아니라 교직이수과정에서 수강해야하던 것이었다. 사실 교직이수를 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다. 자격증이 있더라도 과 특성상 TO가 없고......, 누군가를 가르치는데 소질이 없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필자는 누구나 통과한다는 교직 적성 검사에서 낙방했다.


 떨어진 이유도 여러개 있을 텐데 짚히는게 하나 있다. 문제 중에 대강 학생과 돈 중 뭐가 더 중요하냐는 것이 있었다. 어린 시절의 필자는 -그때 아마 21였다- '프로는 돈이고 교사는 프로지!' 라는 생각에 돈이 더 중요하다고 찍었다. 이런 본인이 왜 교직이수를 했냐? 안 하면 부모님한테 맞아서......,


 서론이 길었다. 인문학 자체에 취미가 있다시피 나름 흥미진진하긴 했지만, 위에서 유추할 수 있겠다시피 필자는 교직강의에 전혀 열의가 없었다. 안 그래도 미적지근하던 열의는 적성검사에서 떨어지고 차게 식었다. 하지만 필자의 열의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수업 때마다 발작이 왔다.


 본래 필자는 공황장애가 있었다. 보통 발작하면 바닥에 구르며 게거품을 무는 모습을 상상하는데, 발작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다. 필자의 경우는 발작이 와도 과호흡 경미한 수준의 두통과 어지러움, 가슴저림, 멍해짐 정도가 끝이었다. 그러니까, 앉은 채로 호흡기관을 가리고 있으면 충분히 숨기고도 남을 정도 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직 강의에서 생기는 발작은 견딜 수 있는 수준을 상회했다. 듣던 강의는 두 가지, 교직학개론과 교육심리학이었다. 수업 내용 중에 아이를 어떻게 교육해야하는지, 부모가 어떤 행동을 하면 안되는지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왔다. 그럴 때마다 가슴이 비정상적으로 뛰기 시작했고, 낌새가 이상해지면 필자는 강의실을 나와 몇 십분 후 다시 들어가곤 했다. 그런 내용을 볼 때마다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부모님은 신기하게 오답만 찍어 자식을 가르쳤다.


 교육학개론은 F가 나왔다. 출석도 다 했고 시험도 봤는데 말이다. 수업 중에 교수는 나에게 꼽(?)을 줬다. 찍힌 것이다.


 교육심리학은 상황이 달랐다. 담당교수는 필자에게 왜 수업 때마다 중간에 나가냐고 물었다. 겁에 빠진 필자는 머릴 좀 굴리다가 솔직히- 그리고 더듬더듬 횡설수설-상황을 설명했다. 그녀는 그렇냐고만 말하고 B+를 주었다. 성적표를 보고 꽤 감사했다. 나름의 배려를 해준 것만 갗았다. 교수의 입장에서 굳이 필자의 입장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규정대로 준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감사한 건 변함이 없다.


 -미용실에서 파마하는 중 작성


+어떻게 하면 조회수가 잘 나올까? 실험 중이다. 이런 제목은 어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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