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브런치를 남에게 제 글을 보여주기 위해서 쓴 것은 아니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부차적인 요소였죠. 애시당초 읽었던 책을 한 번 더 되새김질 해보고, 했던 공부를 한 번 더 복습해보자는 뜻에서 시작한 거였거든요. 겸사겸사 글쓰기도 연습해보고요.
그래서 "나는 숫자에 신경쓰지 않아! 남들이 보던 말던 내가 할 거 해야지!" 했었는데, 통계 항목에서 조회수가 도표로 가시화되고 라이킷이 눌렸다고 알림이 오는 건 꽤 인상깊은 일이었습니다. 글을 올리고 얼마 되지 않아 조회수가 몇이지! 하고 핸드물을 들춰보기도 부지시수였죠. 물론 대부분이 '라이킷 빌런'이라는 걸 깨닫고는 기분이 썩 좋진 않았지만요. 여하튼, 숫자의 힘이 이렇게 어마무시하구나.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구나했답니다. 스스로가 속물인건 옛날부터 알았지만요.
사실 제 글을 찾아읽어주시고 구독을 해주시는 분들을 볼때면 꽤 신기했습니다. 독자들에게 친화적인 글을 쓰진 않았으니까요. 또 불편하고 우울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요. 글 대부분에 누군가에 대한 디스 -물론 저에 대한 디스가 젤 많긴 하지만요.- 가 포함되어있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타인이 관심을 표해준다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짧게라도 감사를 전하고 싶어요.
제가 브런치에 글을 처음 올린 시기는 작년 2월 말. 지금은 7월 말이니 거의 1년 반이 되었습니다. 사실 감회란 걸 남길 건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이 기계적으로 올린 글들이었거든요. 하지만 생각치도 못하게 다음 포털에 걸려서 덜컥 놀랐던 경험도 해보았고, 멋지다는 덧글도 받아보고, 깊은 공감의 말씀도 받아보고.
사실 제가 착한 사람이래요. 참 이상하죠? 여기서 베베꼬인 글과 험담을 그렇게 쓰는데 말이죠.
여하튼 결론, 왜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올리는진 어렴풋이라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좋은 일도 있었지만 슬픈 일도 있었죠. 제가 구독한 작가님들은 대부분 갑자기 사라지시더라고요? 사실 남의 일인지라 엄청 슬프진 않지만, 왠지 찜찜함이 남습니다. 뭐, 각자의 삶이란게 있으니까요.
또 가끔, 유입 키워드가 제 마음을 후벼파고 갈 때가 있습니다. 제 브런치엔 유난히 '자살'이라는 키워드나 '경계선 인격장애'라는 키워드로 들어오는 사람이 많은 편이거든요. 특히 예전에 경계선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를 주제로 한 '『잡았다, 네가 술래야』서평'에 유입 키워드로 찍혀있을 때, 조회수가 올라갈 때 서글퍼져요.
제 글을 본 사람들이 단순히 경계선 인격장애가 궁금해서 찾아본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아주 먼지만큼 가벼운 만큼으로 인터넷에 글을 검색하고 제 글을 본 것이면 좋겠다고 기도하곤 합니다. 전 의외로 기독교도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가 정신적인 이유로 아플 걸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물론 어딘가엔 많은 정신병자들이 있지만요. 위와 같은 일들이 있으면 그러한 당연한 사실이 실감이 나곤 한답니다.
글은 매일 조금씩 쓰고 있어요. 그런데 저도 워낙 바빠져서 무언가 완성하기가 쉽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