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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현 Jun 26. 2023

「토니오 크뢰거」서평

진정한 예술가의 삶이란 무엇인가?

 

출처는 민음사, 필자가 산 판본이다.

 

 예술가의 삶에 대해 고민하거나 상상해 본 적 있는가? 노래를 들으며 왜 어떻게 이런 음악을 만들었지? 라거나 저 배우는 뭘 먹고살았길래 연기를 저렇게 잘하지? 같은 생각 말이다. 취향에 따라선 시나 그림을 보고 비슷한 생각을 하였을지도 모른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고. 대게 저런 생각은 감탄에서 끝나지만 때론 진지한 궁금증을 자아낼 때도 있다. 오늘 소개할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는 그에 대한 훌륭한 답변이 되어줄 만하다.


 예술가의 삶만큼 책의 소재거리로 좋은 게 있을까? 「토니오 크뢰거」 는 제목 그대로, 토니오 크뢰거라는 동명의 주인공을 묘사한 작품이다. 그는 흔히들 예술가적 자질이라고 불리는 예민한 감수성과 만성적 우울감, 내적인 고뇌를 가지고 있다. 그 고뇌란 대중들이 사는 세계와 예술가의 세계 사이에서의 갈등이다. 대중들이 사는 세계는 명랑하고 정상적인 삶이지만, 예술가의 삶은 고독하고 또 고독하다. 전자가 합리적이고 일반적이며 어찌 보면 건강하기까지 한 선택지다. 주인공 역시도 대중들이 사는 삶을 동경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예술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그리고 대중들 사이에 편입되지 못하는 인간이라는 것도 스스로 알고 있다. 즉, 그의 자아는 끔찍한 분열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의 이유들로 토니오 크뢰거는 대중세계를 지향하면서도 예술의 세계에 남아있게 된다. 토니오 크뢰거는 말한다. 예술가의 삶은 저주스러운 것이라 스스로 말하면서도 말이다.


 「토니오 크뢰거」는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다. 저 양극단 사이에서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할까? 예술가의 삶이란 무엇일까? 는 토마스 만이 자신에게 내린 질문이다. 동시에 이 소설이 바로 그런 질문의 결론이다. 삶에 그림자처럼 따라왔던 고뇌를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그런 점에서 주인공은 저자의 표상이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일은 짐짓 흥미롭다. 거대한 사건 같은 건 없다. 플롯은 비교적 잔잔한 일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인공의 내면을 묘사하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마스 만이 가진 특유의 문체와 묘사 능력은 거대한 사건 없이도 독자를 끌어들이기 충분하다. 저자는 긴 호흡의 문장으로도 명료하게 뜻을 전달하며 리듬감과 흡입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인물의 내면과 외면을 넘나들며 묘사가 무척 뛰어나다.


 필자는 「토니오 크뢰거」를 읽으며 가슴이 절절해지고 먹먹해지기까지 했다. 이런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면 감히 남들에게 추천할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이 이 작품을 읽고 어떠한 인상을 받을지는 모르겠다.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해 책장을 금방 덮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끝까지 다 읽더라도 주인공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다만 독자들이 책에서 긍정적인 인상을 받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란 마음으로 서평을 적었다. 이하는 번역에 대한 견해다. 책을 고를 때 참고하기 바란다.



휴머니스트사의 판본이다.


 민음사가 출판한 『토니오 크뢰거∙트리스탄∙베니스에서의 죽음』에는 외에도 7개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토니오 크뢰거」와 함께 토마스 만의 대표작이다. 필자는 민음사의 역본이 썩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20년도 더 된 번역이라 오늘날에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가 종종 나온다. 작품을 더 편하게 읽고 싶다면 휴머니스트 사의 『베네치아에서의 죽음・토니오 크뢰거』도 추천한다. 지금의 기준으로 번역된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인지 사용하는 단어들이 사뭇 친근하다. 하지만 두 작품만 수록되어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작품을 읽고자 한다면 이상의 것들에 유의하여 단행본을 고르기를 추천한다. -농담 삼아 말하자면 휴머니스트사의 것이 훨씬 가벼워 들고 다니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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