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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현 Jul 03. 2023

『매일매일의 진화생물학』서평

진화생물학으로 록음악을 설명하는 방법

밑의 영어가 원제다. 매일매일의 진화 생물학이라는 제목은 많이 순화된 것이다.



 저자는 섹스를 좋아한다. 필자 말고 위의 책을 쓴 '톰 브룩스'말이다.  저자는 서론에서부터 섹스를 생각하며 밥 먹고 살며 이는 사춘기 때부터 꿈꿔왔던 일이었노라 회고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첫 문장은 결코 근거 없는 말이 아니며, 책의 내용과도 연관이 있다.  한국에서는 『매일매일의 진화생물학』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지만, -표지에도 적혀있듯- 원제는 『sex, gene & rock and roll』로 꽤 적나라하다. 성과 유전자는 물론 진화생물학의 핵심요소이다. 유전자는 스스로를 보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으며, 이것만큼 성과 연관이 큰 것은 없다.  sex와 gene, rock and roll 중 rock and roll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진화생물학의 시선을 통해 사회적 현상들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느냐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진화생물학을 통해 남녀의 차이가 어떻게 벌어지게 되었는지, 이러한 차이가 사회적 현상을 어떻게 촉발시켰는지가 주된 논제다. 『매일매일의 진화생물학』은 처음엔 근래 크게 증가하고 있는 ‘비만’에 대해 이야기하며 진화생물학에 대해 설명한다. 이후 생식 방법의 차이에 따라 생기는 남녀의 차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사회⋅실제적인 논의로까지 확장한다. 전반부의 경우 결혼제도나 저출산문제, 유아살해등의 문제를 날카롭게 다루고 있다. 후반부엔 전술했던 이론들을 바탕으로 ‘’이라는 음악장르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이 한국에 첫 출간된 것은 2015년이다. 필자가 읽은 것은 2022년에 나온 개정판이긴 하지만 내용의 측면에서 변화가 있었을 것 같진 않다. 책의 내용 중 일부는 이미 대중들에게 알음알음 퍼져있는 것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매일매일의 진화생물학』에는 대중적 지식 그 이상의 지식과 식견이 있다. -필자가 과학에 문외한이라 자신은 없지만.- 가령, 일부일처제를 남녀가 맺은 일종의 계약이라고 보는 시선은 대중적으로 익숙한 것이다. 하지만 톰 브룩스는 책을 통해 일부일처제가 태동한 이유와 배경에 대해 조금 더 설득력 있는 이론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여러 수렵집단을 예시로 들며 이러한 시각에 반기를 들고 있다.


 음악의 경우 여성에게 남성성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쓰여왔다고 톰 브록스는 말했다. 그러면서 락의 전성기 때 록스타들이 수 많은 여성들을 이끌고 다녔다고 회고한다. 이들의 요절도 상기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보통 번식을 많이 하면 빨리 죽으니까. -다행이라면 다행인지, 필자가 사랑해 마지않는 록밴드 본조비는 깨끗한 사생활을 지녔으며 최근 앨범도 냈다.- 물론, 이는 매니아들에겐  실례일 수 있다. 뭐, 진화생물학적으로 이러한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정도로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꽤 흥미롭기도 하고 말이다.


 진화생물학은 최근 굉장히 각광받고 있는 학문이다. 그리고 필자는 이런 주목이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구상의 생물들은 수억 년간의 진화를 거쳐 현재의 모습이 되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그 수억 년의 영향력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도 없다. 『매일매일의 진화생물학』은 진화생물학의 이론들을 비교적 쉽고 명쾌히 해설함과 동시에 사회적 현상들에 대해 색다른 관점을 보여준다. 특히 진화생물학과 록음악을 연결시키다니, 충분재미있고 비일상적 아이디어 아닌가? 개정판의 경우 번역된 필체도 꽤 매끈하다. 과학이라는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읽을 가치는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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