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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현 Jul 17. 2023

『투데이 위 리브』서평

인생은 총구가 아닌 사랑으로 조준된다

표지가 참 인상적이었다.

    



 몇 년 전부터 책의 디자인이 점점 화려해지고 있다. 확실히 표지가 예쁘면 눈이 한 번 더 간다. 이런 마케팅적 유행이 썩 나쁘다곤 생각하진 않는다. 홍보도 엄연한 능력이라고 생각하기도 한고, 책의 내용만 좋다면 뭐가 문제인가?  『투데이 위 리브』 디자인과 내용 둘 다 인상적이었다. 솔직히 표지 때문에 산 것도 없잖아 있다. 물론 책의 내용이 좋지 않았다면 이렇게 서평으로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책의 내용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보자.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이다. 마티아스라는 나치 특수부대원은 미군으로 위장하여 공격지에 침투하라는 임무를 받은 상황이다. 차를 타고 목적지로 이동하던 그는 한 유대인 소녀를 만나게 된다. 어째선지 마티아스는 그녀에게 총구를 들이밀었던 동료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즉 나치를 배신한 것이다. 그는 자신이 한 행위를 스스로를 이해하진 못한다

 하지만 이 꼬마를 꼭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주자고 결심한다. 이후 둘은 동행하며 여러 사람과 위기와 엮이게 된다. 전쟁 중이니 말이다.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휴머니즘 드라마'는 매체를 불문하고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가령 샘 멘데스가 연출한 '1917' 같은 것 말이다. 이는 소재 자체가 가진 저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교군이 많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분명 창작자로 하여금 부담을 주 고뇌하게 하는  요소이다. 필자는 작품을 쓴 임마뉘엘 파로트의 고뇌에 화려한 망토 정도는 둘러주고 싶다. 고뇌의 결과물인  『투데이 위 리브』는 꽤 수작이기 때문이다. 표현력과 흡입력이 뛰어나 독자로 하여금 몰입하게 만들며, 두 주인공인 마티아스와 유대인 소녀 르네도 무척 매력적이다. 다만 전쟁소설이 아닌 드라마소설이라는 점은 알아야 한다. 총성이 몇 번 울리긴 하지만 전쟁묘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필자는 특히 마티아스를 보며 몇 가지 인상을 받았다.-사실상 단독 주인공에 가깝기도 하니.- 그는 인생에 적을 두지 않은, 결핍된 인물이다. 유럽에서 전쟁이 났다는 말을 듣자 동거동락했던 인디언들에게서 빠르게 떠나버린다.-그들은 사냥기술도 알려주었던 사람들이다.- 그가 전쟁에 참여한 이유는 유대인을 깊숙이 증오했다거나, 나치에 충성했다거나도 아니었다. 단지 인생에 목표를 찾아 방황하고 있을 따름이다. 전쟁은 마티아스의 마음을 채워줄 만한 건 아니었다. 그는 늘 시니컬한 태도를 유지했으며,  나치가 곧 패망할 것도 알고 있다. 심지어 유대인인 청소년을 죽이라는 지시를 수행한 후부터 회의를 느끼는 상태였다. 사지로 향하던 중 자신의 앞에 죽여야 할 적인 르네가 나타난다. 하지만 마티아스는 오히려 그녀를 구하기 위해 나치를 배반한다. 분명, 르네가 그의 앞에 찾아온 것은 우연이다. 마티아스 자신도 왜 그런 행동을 하였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이는 단지 스스로 의식 하지 못했을 뿐이다. 마티아스는 르네를 구하고 사랑하기로 선택했다. 사랑은 찾아오는 것일까? 선택하는 것일까? 분명 르네는 우연히 마티아스의 인생에  나타났다. 하지만 그는 눈 앞의 유대인을 죽일 수도 있었다. 마티아스는 에필로그가 끝나고는 오래지 않아 깨달을 것이다. 자신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은 사랑뿐임을, 자신이 인생의 목표로 소녀에 대한 사랑을 선택했다는 사실 말이다.


 결론적으로  『투데이 위 리브』는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휴머니즘드라마로서 꽤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나치군이 유대인 소녀를 구하기 위해 동료들을 배신한다는 소재도 좋고,  설득하는 과정도 훌륭하다. 번역의 질도 꽤 뛰어나 읽기 쉽고  문장을 여러 번 반추해야 하지도 않다. 이렇듯 부담 없이 읽을 수 없고 쉬우면서도 참 아름다운 작품이다. 다만, 책을 구매하기 전에 전쟁소설이 아닌 드라마 장르란 것은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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