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현 Sep 04. 2023

  『현대 영미 철학에서 헤겔로의 귀환』 서평

지금 철학계는 '헤겔 르네상스'

 

출저는 세창출판사이다.



 대륙 철학은 무너졌다. 현상학, 실존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의 사조들이 빈자리를 메운 것은 영미분석철학이었다. 즉,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철학적 전통이 학문적 주류가 된 것이다. 그리고 영미 분석철학의 태동에는 분명 칸트나 헤겔 등으로 대표되는 대륙 철학에 대한 반항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최근 철학계의 유행은 헤겔에 대한 재탐구다. 이 헤겔로의 회귀는 식자들 사이에서 '헤겔 르네상스'라고 불릴 정도로 뜨겁다.


 이는 언어분석철학이 가진 내적 문제에서 기인한 현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언어분석철학은 칸트적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미철학의 선구자였던 러셀 등의 인물들은 감각을 인식의 기본단위로 삼았다. 그로 인해 학계에서 실재란 것이 도당체 존재하냐 아니냐, 설령 존재하더라도 우리가 알 수 있냐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논쟁 되어왔다. 보수적인 언어분석철학은 여러 부분에서 비판을 받으며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콰인, 오스틴등이 그러한 인물들인데, 그중에서는 헤겔에 대해 재탐구를 진행한 셀러스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셀러스가 헤겔을 탐구한 이유는 헤겔이 독일 관념론의 전통 아래에서 칸트 체계의 문제점들을 극복하고자 했던 철학자이기 때문이다. 즉, 언어분석철학이 지닌 칸트적 문제를 그를 극복하고자 했던 헤겔의 철학을 차용함으로써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현대 영미 철학에서 헤겔로의 귀환』은 현재 헤겔르네상스를 국내에 소개하기 위해 여러 논문-국내 저자가 쓴 것도 있고, 번역된 것들도 있다.-을 엮어 편찬된 단행본이다. 필자가 충분한 교양과 시간이 부족해 책을 훌륭히 독해했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현재 철학계가 어떠한 흐름을 맞고 있는지 소개할 겸, 이렇게 서평을 작성하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국내 저자의 것이나 번역된 것이나 문장이 꽤 매끄럽다는 점, 많은 양의 논의를 훌륭히 압축해서 다루고 있다는 점 등이 있다. 물론 책을 이해하기 위해선 언어분석철학과 헤겔에 대한 아주아주 많은 사전지식이 필요하다. 철학이란 유난히도 역사가 중요한 학문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학문을 사랑한다면 이런 것들이 방해는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깨우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투데이 위 리브』서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