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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현 Sep 11. 2023

『빛의 제국』서평

 이 세상은 자유롭기엔 너무 밟다. 

 

북북서가 김영하 개정판. 분량에 비해 가격이 싼 편이다. 

 



 한 번도 두통을 겪어보지 못했던 남자 기영, 소설은 그가 두통과 함께 기상하며 시작된다. 그는 한 명의 가장이자 작은 영화수입사의 대표이며, 20년 동안 한국에서 생활한 남파공작원이다. 그리고 남한에서의 10년 동안 조국과 어떠한 연락도 단절되어 있었다. 동시에 한국 사회에 적응을 완료했다. 자본주의에 충분히 젖어버렸으며 특별히 정치적 활동도 수행하지 않았다. 그는 사실상 자본주의 사회의 소시민 중 한 명일 따름이다. 두통은 일종의 징조였을까? 내일 새벽, 복귀. 갑작스럽게 떨어진 지령에 기영은 고뇌에 빠진다. 이곳에 남을지, 아니면 지령대로 행할지 말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누군가에게 감시 받고 있다는 사실 역시 눈치챈다. 


 필자는 중학생 이후부터 어떤 작가의 책을 특별히 찾아 읽거나 모으진 않았다. 좋아하는 작품은 꽤 많이 열거할 수 있다. 하지만 선호하는 작가는 딱히 없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믿고 책을 사는 작가는 있다. 서점에 갔는데 마땅히 끌리는 책이 없다거나 할 때 김영하 작가의 책을 고르곤 한다. 그는 다방면에 장점이 있다. 그래도 굳이 특출 난 점을 꼽으라면 재미와 참신함이 아닐까? -적어도 필자의 경험에선- 그는 항상 흥미진진하고 창의적인 작품을 발표한다. 『빛의 제국』은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상기의 장점은 그대로 발휘되고 있다.


 『빛의 제국』의 장점이 어떤 식으로 발휘되는지 간단히 이야기해 보고 싶다. 우선 스토리가 꽤 재밌다. 『빛의 제국』은 한 시간 당 한 장, 총 24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즉 딱 24시간 동안 일어난 일을 다루고 있다. 이런 네거티브 방식도 썩 좋았지만, 일반적인 스파이 소설과 다르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정치적으로 다른 노선을 지닌 국가와 그 사이에 선 스파이, 이런 소재는 어느 매체를 막론하고 꽤 쌓여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스파이물이라면 독자들이 응당 예상하게 되는 것들이 분명 있다. 하지만 김영하는 묘기를 부르듯 그런 요소들을 조리조리 피해간다. 그러면서 『빛의 제국』은 한 가지 의문을 향해 치달린다. 우리의 모공까지 훤히 깨고 있는 빛의 제국, 사회와 국가 안에서 인간은 과연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가? 그림자 없는 사회에서 우리가 온전한 자아를 성취할 수 있을까? 저자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는 직접 확인해보길 바란다. 


 김영하는 참신함과 입맛을 돋우는 문장을 버무려 독자에게 내놓는다. 정신없이 책을 읽고 보면 농후하고 찝찝한 뒷맛이 남곤 한다. 제목부터 간드러진 『빛의 제국』아닌가? 필자는 서평을 쓰며 아직 의식에 남아있는 향과 인상들을 되씹어 보았다. 나는 정말 자유로웠나? 어쩌면 자유는 환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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