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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현 Oct 02. 2023

 『설득과 비판』서평

고대 철학에서부터 시작된 학문의 조건, 설득과 비판


 『설득과 비판』, 제목만 보면 논쟁술이나 토론술에 관한 책일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고대그리스철학, 그중에서도 탈레스부터 소크라테스까지의 철학을 해설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설득과 비판』은 꽤 훌륭한 책이다. 서론에서 밝히길, 교양서적과 전문서적 사이의 깊이와 난도를 상정하고 책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성공했다. 국내 저자가 쓴 책이라 문장도 꽤 깔끔하다. 다만 고대희랍철학을 다룬다는 말을 표지에만 적어두었기 때문에 온라인 서점을 주로 이용한다면 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설령 철학에 다소 관심이 있는 독자라도 그랬을 것이다. 필자 역시 오프라인 서점에서 철학서가를 거닐다가 우연스럽게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책의 수요보다는 책이 팔리지 않았을 성싶어 무척 아쉽다. 이것이 바로 본 서평을 쓰는 이유기도 하다.


우선 책에서 논의하는 범위에 대해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될 것 같다. 전술했듯 이 책은 소크라테스까지를 다룬다. 하지만 파르메니데스 이후부터는 비교적 가볍게 다뤄지며, 그의 영향력이 후대에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지를 위주로 서술하고 있다. 우선 저자가 파르메니데스를 다루는데 특히 힘을 쓰고 있다는 사실도 말해두고 싶다.-물론 그것 때문에 다른 철학자들을 대충 설명하거나 하진 않았다.- 필자가 생각하기로,  『설득과 비판』 최고의 미덕은 세심함이다. 학계에서 의견이 분분하거나, 원문의 해석이 난해하거나, 독자들에게 설령 오해를 줄만한 문장마다 각주를 통해 첨언을 진행한다. 심지어는 해당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면 누구의 연구물들을 살펴봐야 할 지도 적혀있다.


 저자인 강철웅교수는  철학을 피상적으로 설명하는 것에서 만족하지 못한다. 그는 철학의 태동기를 고찰하면서 학문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요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바로 책의 제목이기도 한 설득과 비판이다. 학문이란 것은 사람들 간의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설득과 비판이라는 전통이 쌓여가며 탄생하고 발전해 갔다.  이런 사실은 무릇 학도만이 알아야 하는 게 아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고 어떻게 논의를 진행해나가야 할지 보다 명료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말미에서 저자는 추가적으로 당시의 철학이 일종의 지적 유희였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대목은 꽤나 의미심장하다. 왜냐하면, 현재 몇몇 논의의 장이 너무나도 과열되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해당 대목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학문은 때론 진지해야 한다. 하지만 지나친 진중함은 유연함과 개방성의 결여로 우리를 이끌 것은 자명하다. 강철웅 교수의 의견에 완전히 동의할 순 없었지만,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에는 십분 공감했다.


 이 책에 단점이 없다고 할 순 없다. 바로 위 단락에서 언급한 ‘지적 유희’에 대한 이야기는 다소 성급하게 시작한 면이 없잖아 있다. 즉, 설명문에서 논설문으로 글을 확장하다 보니 다소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딱히 단점으로 지적할 만한 부분들을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저 대목도 현대의 우리들에게 와닿을 만한 논설이다. 물론, 책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이 일상생활에서는 꽤나 생경한 것들이다. 이는 책의 목적부터가 대중교양서적 이상의 깊이를 바라기 때문이다. 즉 어느 정도의 독해능력을 지니지 못했다면 더 쉬운 책부터 읽길 추천한다. 이 점만 유의한다면 『설득과 비판』은 훌륭한 고대철학서적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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