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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현 Nov 20. 2023

「간계와 사랑」에서 나타나는 계급적 성격

1. 서론


  비극성이란 등장인물들의 성격적 결함에 의해 촉발된다. 시민 비극이라는 장르는 기존의 문학과는 다른 원리로 작성되었지만, 그 점은 동일하다. 쉴러의 「간계와 사랑」내의 비극성 역시도 간계만이 아닌 두 주인공의 성격적 결함도 책임이 있다. 이 글의 요지는 그들의 성격적 결함을 출신을 중심으로 파악해 보자는 것이다.


2. 루이제의 성격적 결함과 시민적 성격


「간계와 사랑」은 레싱의 작품, 특히 『에밀리아 갈로티』에 영향받았음이 역력하다. 루이제 역시 에밀리아 갈로티의 희생자처럼 시민계급의 젊은이를 상징한다. 레싱에서부터 “독일 시민비극에서 ‘시민적’이라는 말은 사적이고 도덕적이고 인정이 많으며 풍부한 감성Empfindichkeit를 의미한다.” [1]- 이하부턴 이런 특징을 감성적이라고 간추려 부르겠다.- 루이제는 자신의 사랑이 방해받는 상황에서 가족들을 위해 부름이 지시한 대로 자필의 편지를 적는다. 더불어 그에게서 얻은 편지를 들고 페르디난트가 자신을 추궁할 때도 혈육들을 걱정하여 말을 아낀다. “강요된 침묵은 부름이 날조한 진실을 폭로하기를 포기함으로써 얻은 부모의 목숨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이다.” [2] 결말에서는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젊은 소령을 용서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그녀는 페르디난트와 저 세계에서의 사랑을 꿈꾼다. 실러의 루이제는 단순히 한 소녀를 소묘한 것이 아닌 시민계급의 특징에 대한 표상이기도 하다. -감성적인 것 외에도 기독교적이라는 꼬리표도 붙일 수 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루이제는 체념한다. 오도아르도처럼 루이제 역시 권력자의 명에 순응-협박받은 것이지만-하고 페르디난트와의 결별에 체념한다. 더 나가 시민계급적 성격은 동일한 장 밀러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그는 갈등이 생긴 후 지속적으로 거리를 두었던 페르디난트의 상황에 공감해 주고 함께 슬퍼해 주는 성정을 보인다.-즉, 감성적이다.-반면 수상은 아들의 감정에 끝내 공감하지 못한다. 이렇듯 「간계와 사랑」에서 감성적인 성격은 루이제만이 아닌 여타 시민계급의 인물들에게도 보인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성격적 장단과 결함 역시 시민계급이라는 기반 위에서 형성되었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3. 페르디난트의 성격적 결합

루이제와의 관계에서 페르디난트는 열정적이고 쟁취심을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자기중심적인 귀족계급 청년은 현실의 장애를 무시하고 주관적인 이상만을 추구하려고 하기 때문에 계략에 걸려들고 만다. 따라서 그의 사랑은 외부상황에 의해서라기 보단 자기의 절대주의적 욕망에 의해서 좌절된 것이다. 하지만 페르디난트는 현실의 장애에 대한 숙고와 구체적인 대안 없이 자신의 욕망을 채워주지 못하는 루이제의 태도만 문제삼는다."[3] 타인들과 대화로 오해를 풀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고, 자신들에게 닥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뇌하는 루이제에게 우리는 그저 사랑만 하면 되고 국경을 넘어 도피하면 어떻겠냐는 실없는 답변만을 할 뿐이다. 나중에는 루이제의 의사를 묻지 않고 동반자살을 결행한다. 자살은 대개 본래 현재의 고통으로부터 회피하려는 시도로 이해된다. 페르디난트의 자살도 이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순옥 저자는 페르디난트가 자기중심적인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필자 역시 이 점에 동의한다. 더 나아가 이 청년이 자신의 아버지가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인물이라는 걸 지적하고 싶다. 수상이 부성애를 가진 인물이지만 아들에게 넘겨주려고 하는 것이 권력뿐이다. 그리고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페르디난트의 경우-자살자체가 도덕적이냐 아니냐는 차치하더라도-루이제의 의사를 묻지 않고 동반자살을 실행한다는 점에서 자기중심적이다. 이렇듯, '간계와 사랑' 속 귀족계급-혹 궁정세계-의 인물들이 내재한 문제점은 자기중심적이다.


 덧붙이자면, 전술했듯 이 젊은이가 20살 소령이 된 것은 아버지의 후광의 덕이 적지 않다. 그의 과거가 구체적으로 묘사되진 않지만, 추측할 수 있는 것은 페르디난트가 아버지의 지위 덕택에 여러 덕을 보고 살았다는 점이다. 그가 가진 구체적이지 않은 이상성과 급한 성미 역시 이런 성장배경을 통해 형성된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충분하다.


4. 결론


지금까지 우리는 「간계와 사랑」의 두 주인공의 성격적 결함을 출신 계급을 중심으로 논의해 보았다. 둘의 성향 차이를 요약하자면, “루이제는 오로지 신분 차별의 벽이 무너진 저세상에서만 자신의 욕구가 성취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반면에, 페르디난트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라는 요구를 따른다.”[4]위의 단락들에서 얻을 수 있는 귀결은 결말부의 파국에서 둘의 계급적 차이가 어떤 영향을 끼쳤냐는 점이다. 쉴러만이 아닌 레싱등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도 이런 계급적 차이와 그에 따른 정형화된 성격이 묘사된다.


 추측컨데 쉴러가 생각한 귀족계급과 시민계급의 차이는 자기중심적이냐? 아니면 감성적이냐?에 있다. 두 계급이 상반되듯 성격도 퍽 다르다. 이미 언급했듯 시민계급의 인물들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발휘하고, 타인들의 입장을 고려한다. 반면 수상과 부름, 주인공인 페르디난트마저도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한다. 쉴러가 이 작품에서 전하고자 한 핵심은 계급의 한계만은 아닐 터다. 이미 언급한 것들을 비롯하여 쉴러가 질풍노도·낭만주의 전통 안의 문학가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가 촉구하고자 했던 것은 진정한 자유가 아니었을까 추측해 볼 수 있다. 간계는 억압이고 사랑은 내적 자유다. 이상의 내용들을 종합해 보자면 기성세대의 억압에서 벗어나 본질적 자유를 추가하는 것, 세상에 수많은 페르디난트와 루이제들이 서로의 사랑을 이루고 행복을 키워나가는 것이 그의 궁극적인 희망이 아니었을까 싶다.



[1]『독일문학과 독민문화 읽기』 74p (사순옥, 한국한술정보(주), 2007) - Guthke:Das bürherliche Trauerspiel, Stuttgart 19884, S. 50.)

[2]『실러 생애 작품 시대』 551p(페터 안드레 알트, 아카넷, 김홍진 최두환 역, 2009)

[3]『독일문학과 독민문화 읽기』 96p (사순옥, 한국한술정보(주), 2007)

[4]『실러 생애 작품 시대』 560p(페터 안드레 알트, 아카넷, 김홍진 최두환 역,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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