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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현 Apr 10. 2023

『현자 나탄』서평

'막장 드라마'에도 작품성을 담을 수 있다!

 G.E레싱은 한국에서 대중적인 작가는 아니지만 문학사에선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시민비극이라는 장르를 완성하며 후대의 예술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오늘 소개할 『현자 나탄』은 그가 썼던 시민비극- 시민비극이라 함은 시민계급이 주인공인 희극장르로 당시엔 파격이었다.- 중 하나다. 레싱은 말년에 기독교 권력에 공격당했는데, 대항하고자 쓴 글들이 검열당하는 곤란을 겪는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발표한 작품이 바로 『현자 나탄』이다. 상기의 맥락 하에서 글을 읽는다면 보다 풍부한 독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예루살렘에 사는 부유한 유대인, 나탄을 주인공으로 한 희곡이다. 한 십자군 출신의 기사를 딸이 사랑하면서 생기는 갈등, 주인공을 곤란에 빠뜨려 돈을 빌리려는 술탄과의 사건 두 가지가 엮어 플롯이 진행된다. 솔직히 말하겠다. 오늘날에 흥미진진하게 읽힐만한 이야기라곤 할 수 없다. 오히려 '막장 드라마'라고 칭할 수도 있을 테다. 작가의 의도에 의한 작위성도 지나치게 느껴질 거다. 이는 분명 호불호가 갈릴만한 지점이다.


 하지만 문학에서의 재미란 표면적 스토리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작품의 심층에 깔려있는 의미나 요소를 캐내는 것에서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독자에게는 『현자 나탄』이 제격이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충분한 작품성과 의미, 역사적 의의를 지녔기 때문이다. 비극치곤 분위기가 밝은 편이라 비교적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개인적으론 작가가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은 불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작품성이라 함은 개인의 선호와는 별개의 것이다. 필자가 『현자 나탄』을 소개키로 결심한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막장 드라마도 작품성을 가질 수 있다니! 같은 연유로 레싱의 작품들을 읽으며 꽤 놀랐다. 대중성이 떨어지고 충분한 이해를 위해서라면 사전지식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단점-작품을 아예 이해 못 할 정도는 아니다.-이 있지만, 예술에서 대중적인 재미 이상을 추구하는 독자들이라면 필히 권장하고 싶다.


-사진은 '지식을 만드는 지식'홈페이지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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