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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현 Mar 04. 2024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서평

나는 미생물때매 우울하고 효모 때문에 사랑해.

 제목 때문에 자기계발서처럼 보이지만 오해다. 다행히 표지는 꽤나 과학서적답게 나왔다.


 혹자는 ‘나’를 한낱 신체라고 말한다.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기도 하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은 진화생물학, 뇌∙신경과학, 유전학 등 여러 생물학분야를 통해 ‘나’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다룬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가 얼마나 광범위한지는 목차를 보는 것으로 충분할 것같다.


출저: 필자의 직찍



   이 정도면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이 얼마나 다양한 주제를 노정하는지 더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같다.


 이 책은 단지 소재만 광활한 것이 아니다. 특정 소재를 바라보고 설명하는 방식도 무척 다양하다. 뇌과학, 생리학과 신경학, 후성유전학등등 현대의 최신 생물학 분과를 통해 '나'에 대해 다룬다. 유전자나 뱃속 미생물, 환경등을 통해 사람이 어떻게 범죄자가 되는지, 우리가 식탁에 어떤 반찬을 놓을지 따위를 설명한다고 보면 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상기의 명제에 입각하여 쓰였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이 책을 3년 전에 처음 읽었다. 막 책이 한국에 출간되었을 때인데, 당시의 기준으로는 대중들에게 생경한 지식들이 많이 쌓여있었다. 이 얘기들은 아래에서 책의 내용을 일부 요약하며 언급하도록 하겠다.


 이러한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일부 사람이 동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라는 파트-이름만 봐도 알겠지만, 동성애에 대해 다룬다.-다. 여기서 저자는 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추정하는 동성애의 원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회생물학에서 동성애는 인구 조절과 친족 선택에 장점이 있다. 후자의 설명을 보충하자면, 친척 중에 동성애자가 있다면 자식이 을 테니 나를 향한 가족들의 투자가 늘어날 것이다. 유전학에선 가임 능력을 끌어올리는 유전자가 발현되면 동성애 성향이 강해진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후성유전학에선 태아 시기에 특정 호르몬에 과하게 노출될 경우 동성애가 될 확률이 증가한다고 한다. 특히 니코틴이나 암페타민에 노출되면 레즈비언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또 형이 많을수록 게이가 될 가능성이 많아지며, -비록 생쥐로 실시한 실험이지만- 특정 효소와도 연관이 있다고 한다. 동성애자의 뇌 구조는 이성의 것과 더 비슷하다는 연구도 존재한다.


 또 다른 흥미로운 연구도 있다. 인간은 왜 일부일처제를 선택하였을까?와 관련된 연구로, 아쉽게도 여건상 초파리로 진행한 실험이 있다. 한쪽 초파리 무리는 강제적으로 각자 한 명의 짝만 가지게 했다. 다른 대조군의 경우는 자연의 이치를 따르게 했다. 그 결과 일부일처를 실행한 무리가 그렇지 않은 무리보다 폭력성이 낮게 나타났다. 물론 초파리와 인간이 동일 선상에 둘 순 없지만, 참고 사항으로는 충분히 쓸만한 연구가 아니었을까 싶다.


*


 인간을 다룬 생물학책이 으레 그렇듯,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에서는 삶의 규범으로 삼을 만한 지식을 몇 가지 얻을 수 있다. 물론 쌍팔년도식 자기계발서 같은 이야기는 당연 아니다. 그중에서 필자가 실제로 지키고 있는 것들을 -책을 소개하는 김에- 몇 개 나눠볼까 싶다.


 인간의 식성은 장에 있는 미생물총에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이 미생물들은 인간을 구성하는 세포의 수보다 더 많으며, 신경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미생물들 역시 사람들처럼 모두 식성이 다르다. 즉 어떤 음식을 섭취하냐에 따라 자신과 공존하는 작은 친구들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작은 친구들은 자신이 숙주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섭취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즉 위장이 고기를 좋아하는 미생물에 지배당하고 있다면 계속 고기가 당기고 채소는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 끌려가선 안 된다. 과학자들은 특정 미생물들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냈다. 육식-흔히 서구식 식단이라고 부르는 그것-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우울증을 일으킬 가능성을 높인다. 정신건강을 생각하면 꾸준히 채식 위주의 식단을 섭취하는 게 좋다. 필자의 경우 이 대목을 읽고 최대한 골고루 음식을 먹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용불용설이란 걸 아는가? 의무교육에서는 간단하게 그런 건 잘못된 이론이라고 하고 넘어간다. 후천적인 요소가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유전정보 자체를 바꾸진 못한다. 하지만 선대의 경험이 후대에 유전적인 차원에서 영향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 이러한 주제를 가진 과학의 하위분야가 후성유전학이다. 왜냐하면 유전자에 새겨진 것 중에 어떤 것이 발현될지는 후천적인 영향을 받으며 이는 유전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흔히 큰 스트레스나 생활습관 따위가 후성유전에 영향을 준다. 꾸준히 운동을 한다던가 등의 ‘좋은 생활 습관’은 대게 긍정적인 부분으로 발현된다고 하니, 오늘부터라도 다들 점진적으로 노력해 나가면 좋을 것 같다. 필자의 경우 매일 30분씩이라도 운동을 하고 있다.


 *


 책을 소개할 때 이상적인 일은 전반적인 요약을 훌륭히 해내는 걸 테다. 하지만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의 내용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부분들만 추려 소개할 수 밖에 없었다. 필자의 능력부족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장점을 하나 더 언급하며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대중을 대상으로 한 과학 서적에서 저자가 유머와 위트를 발휘하는 일은 흔한 일이다. 다만 그 유머들이 너무 딱딱할 때가 있고, 조금 과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개인적으로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의 저자, 빌 설리번의 유머 감각이 꽤 뛰어난 것같다. 틈틈이 유머를 날리는데 책의 내용을 잊게 하거나 과하게 느껴질 정도가 아닌, 딱 주의를 환기하고 집중력을 다 잡게 해주는 정도다. 위에서 소개한 ‘일부 사람이 동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의 부분을 인용해 보고자 한다. 보노보는 수컷과 암컷 모두 양성애라서 섹스를 환영 인사나 갈등 해소 수단으로 이용한다(사람도 이랬다면 회사 인사과에서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이 대목에서 알 수 있듯,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은 주변에 선물해 주긴 애매한 책일 수도 있다. 이게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이랄까? 또 하나의 유의점이라면, 소화기관의 미생물총이 우리에게 큰 영향을 준다는 등의 이야기나 후성유전학에 대한 이야기가 현재는 대중에게 꽤 퍼져있다는 점 정도? 물론 이 책에는 무척 다양한 정보들이 있으니, 읽어보길 강권한다. 원한다면 책의 마디마다 쓰여있는 저자의 참고문헌들을 살펴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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