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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현 Apr 02. 2024

인스타그램에선 '가난'도 '감성'이 된다.

24.04.02 단상

  과거에 지인 몇과 대만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친구라면 친구고, 아니라면 아닌 그런 관계였다. 지금이 기회다. 내가 중국어를 할 줄 아니 대만을 가보자 닦달을 했다. 그렇게 난 첫 해외여행을 떠났다.


 여행은 즐거웠다. 하지만 기억나는 건 별로 없다. 기억하는 거라면, 음식이 맛있었다는 것. 국립박물관에서 본 조각품은 황홀했다는 것. 그리고 소름 끼쳤던 감각.


 우리는 한국으로 치면 벽화마을쯤에 해당하는 곳으로 갔다. 그러니까,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관광지말이다. 거기서 한 명이 사진을 찍으며 말했다.


 "감성 죽이네, 인스타에 올려야겠다."

 몸에 오스스, 한기가 들었다. 일순 소름이 돋았던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는 '가난'이 '감성'이 된다. 우리 가족은 백도 안 되는 돈으로 한 달을 살아야했던 시절이 있었다. 동사무소에서 쌀과 라면을 이따금 받을 수 있었지만 삼시 세 끼를 먹을 순 없었다.


 이전에 의사의 아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 사람은 말했다.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도 좋으니까, 화목한 가정에서 살고 싶어요."


 나는 대답했다. "진짜 가난한 사람이 그 말을 들으면 어떻게 느낄까요?"

 그 사람은 눈에 띄게 불쾌해했다. 아마 가난을 드라마로 배운 듯하다. 가난하지만 인심이 넘치고 사려 깊은 부모. 가난하지만 화목한 가족. 그런 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가난한 가족은 돈 때문에 싸운다.


 가난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들은 가난을 낭만적으로 상상한다. 본인들에게 닥치지 않았기에, 그럴 일이 앞으로도 없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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