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봤을 것이다.
첫인상은 3초 안에 결정된다는 말도 정설처럼 알려져 있다. 보통 첫인상은 한번 결정되면 바꾸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오늘은 인간의 정보 수집에 대한 심리를 바탕으로 그 이유를 살펴보자.
누군가를 만났을 때 우리는 상대방에게 보여지는 혹은 느껴지는 다양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그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한다. 사람을 한번 봤다고 우리가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정보처리의 효율성을 위해 최대한 빨리 상대방을 파악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우리의 두뇌가 컴퓨터처럼 모든 정보를 동일하게 받아들이면 보다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하련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뇌는 그렇지 않다. 사람에 따라서 중요하게 보는 것들이 다르고 그동안의 경험 등에 따라서 똑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른 판단을 내려야 하기에 검증되지 않은 단편적 정보들을 기반으로 그 사람에 대한 첫인상을 형성하게 된다.
하지만 어쨌거나 어떠한 '단서'를 바탕으로 첫인상이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첫인상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 무조건 신뢰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실제의 그 사람과 내가 느낀 그 사람에 대한 첫인상이 일치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을 분명 배제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심리적으로 이를 일치시키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처음 만난 A씨가 회의실에서 물 잔을 엎는 것을 보고 '덤벙거리는 사람'이라는 첫인상을 받았다고 하자. 우리의 뇌는 이와 불일치하는 정보가 들어오면 이미 형성되어 있는 기존의 신념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하기에, 그보다는 차라리 일치하는 정보를 받아들임으로써 기존의 신념을 고수하는 쪽을 택한다. 때문에 A씨가 깔끔하게 정리해놓은 완벽한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보다는 비뚤어진 넥타이가 더 눈에 띄게 되어 기존의 '덤벙거리는 사람' 이미지를 강화시키게 된다.
이렇게 우리가 정보를 받아들일 때 자신의 기대나 예측에 맞는 정보를 검증하기 위한 확증적 정보 탐색이 일어나기 때문에 한번 형성된 첫인상은 바꾸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심리학 용어로 잘 알려진 칵테일파티 현상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칵테일파티 현상은 칵테일파티와 같이 여러 사람의 목소리와 잡음이 많은 상황에서도 본인이 흥미를 갖는 이야기는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는 현상을 말한다. 내가 관심 가는 주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아무리 시끄러워도 귀에 꽂히게 된다.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만났을 때 수없이 많은 정보들이 전달되지만 내가 관심이 가는 정보는 더 강조되어 느껴지게 된다. 이는 첫인상이 어떻게 형성되어있느냐에 따라 그 판단을 강화시킬 정보에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집중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 그럼 나의 첫인상이 상대방에게 이미 형성되어 있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상대에게도 나에 대한 확증적 정보 수집 과정이 일어나게 되고 이는 나의 첫인상을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즉, 나를 첫 만남에서 좋게 본 사람은 앞으로도 계속 나의 좋은 점을 중점적으로 볼 것이고, 부정적으로 본 사람은 앞으로도 나에게 어떠한 특성이 보일 때마다 끼워 맞춰서라도 본인이 나에게 가진 첫 이미지를 고수하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 두렵지 않은가.
어떤 때는 억울하기도 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결국 누군가를 만났을 때 나에 대해 좋은 면만 보게 하기 위해서는 가장 처음, 그 시작을 좋은 면에 집중하도록 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반대로 내가 누군가를 볼 때에는 내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우리에게는 모든 정보들이 자신이 내린 판단을 검증하기 위한 쪽으로 기운다는 것을 늘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