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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새인 Dec 15. 2020

합리적 소비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심리

나는 과연 합리적 소비를 하고 있는 걸까?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많은 순간 우리는 '소비하라'는 메시지에 노출된다.
원하든 원치 않든. 



눈을 뜨고 가장 먼저 확인하는 휴대폰 카톡 상단의 광고에 노출되며 하루를 시작한다. 

출근 준비를 하며 켜놓은 TV광고에서도 저마다 '나를 사 달라.'고 유혹한다.

출근길 지하철 스크린도어의 광고를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며 무의식 중에 머릿속에 그 제품을 각인시킨다.

시간을 때우려고 열어본 유튜브에서는 영상 시작 전 광고가 나오며, 심지어 영상 컨텐츠에도 협찬받은 제품이 노출된다.

광고인 줄 알면서도 네이버 검색창에 해당 제품을 검색해 후기를 찾아보고 최저가 비교까지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너무 익숙한 하루의 일과 같지 않은가. 

이처럼 일상 곳곳에서 우리에게 '소비하라'는 메시지가 주입되고 있다. 기업들은 더욱더 전략적으로 소비 심리를 자극하여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유혹한다. 과연 우리는 기업의 이러한 적극적인 유혹에서 자신을 지키며 현명한 소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 


특별히 돈이 나갈 구멍도 없고 분명 나는 쓸데만 썼는데 돈이 안 모인다면 합리적 소비를 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속이며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생존을 위한 뇌의 전략


우리의 뇌는 기본적으로 높은 효율성을 추구한다. 즉, 가능한 적은 에너지를 투입하여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든 불편하지 않게끔 하는 방향으로 자동으로 작동하게 되어 있다. '불편하다.'는 것은 뇌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뇌가 추구하는 효율성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인 것이다. 



분명히 나는 쓸데만 썼는데 돈이 안 모인다는 건 스스로의 생각에는 '합리적 소비'를 했다고 판단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 판단이 옳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자, 그럼 실제로는 합리적인 소비가 아니었다고 치자. 

이때에 우리의 뇌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알아보자.


이걸 구매하는 건 낭비라는 걸 인식하고 있지만 마음이 혹해 구매를 했다면, 즉 합리적 소비가 아니었다면 구매 후에도 마음이 불편하다. 괜히 샀나 싶고 과소비한 것 같아 마음 한편에 찝찝함이 남아있다. 이럴 때 뇌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자 일을 시작한다. 마음을 편하게 다시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1) 환불한다. 
2) 합리화한다. 



환불을 해버리면 불편한 상황 자체가 사라진다. 하지만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구매를 결정한 상황) 차라리 합리화하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특히 환불이 불가능한 상황과 같이 돌이킬 수 없을 때에는 합리화가 더욱 강하게 일어난다. 이처럼 불편한 마음 즉, 태도와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겪는 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해 태도를 행동에 맞추어 변화시키는 것은 인지부조화에 따른 합리화라고 볼 수 있다. (인지부조화 이론, Festinger, 1957)



구매 후에는 해당 제품의 광고를 더 집중해서 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가 무언가를 구매하고 나면 눈에 불을 켜고 좋은 점을 더 찾게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품 자체에 결함이 있거나 기대에 불일치한 상황을 제외하면 대부분 구매 전 고민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사야만 했던 이유를 기가 막히게 잘 찾아내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한다. 이러한 사고의 흐름은 인지적 부조화를 겪지 않기 위한 합리화라고 해석할 수 있다.  










속고 속이는 무한루프


결국 우리는 실제로 합리적인 소비를 했던 그렇지 않던 소비가 일어난 이후에는 합리적이었다고 인식하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 수밖에 없다. 



· 합리적 소비를 했다. →  합리적 소비로 인식한다.

· 비합리적 소비를 했다. →  그래도 합리적 소비로 인식한다.




합리적 소비를 위해서는 소비를 한 후가 아니라 소비하기 에 신중하게 고민해보아야 한다. '지금 세일이니까 일단 사두고 집에 가서 고민해보고  아닌 거 같으면 환불해야지.'와 같은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기업들이 '지금 구매하면 할인!!'과 같은 전략을 사용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일단 지금 구매하면 구매 후에는 고객들이 알아서 꼭 구매해야 하는 이유를 누구보다 잘 찾는다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일단 지갑이 열린 후에는 나의 행동을 합리화해야 하기에 태도를 바꾸게 되기 쉽다. 문제는 나중에라도 그 소비가 합리적이지 않았다는 걸 깨닫기라도 하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인지적부조화에 의한 합리화로 인해 올바른 소비를 했다고 스스로를 속이며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데 있다. 








필요한 것만 샀다고 생각했지만 돈이 모이지 않는 미스터리가 이제 풀렸을 것이다. 우리는 남이 나를 속이는 것에 대해서는 관대하지 못하지만 스스로를 속이는 것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하다. 기업들의 적극적 구애에 '호갱'이 되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리고 스스로를 속고 속이는 무한루프 사이클 안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당신의 비합리적인 소비에 당신의 소비를 부추긴 기업들은 절대 책임지지 않는다. 


텅텅 빈 '텅장'을 보며 원망의 화살을 쏘고 싶어도 조준할 곳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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