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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새인 Dec 29. 2020

결심을 방해하는 '딱 한번'의 파급력

무언가를 하기로 결심을 하고 나면 어느 순간 '딱 한 번은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 자체는 당연하다. 그런 생각이 안 든다면 실패하는 사람이 세상 어디 있겠는가. 유혹을 느끼는 건 모두가 똑같지만 이를 극복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이에서 성공과 실패가 나뉜다. 



결심을 하는 데에는 큰 각오가 필요하다. 

대단한 마음가짐으로 첫 시작을 하지만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듯 며칠만 지나면 흐지부지해지기 쉽다. 그럴 때 우리는 온갖 변명들로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며 마치 정말 '딱 한번'만 어기고 나면 다음날부터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결심을 지켜갈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리고 그 착각은 다음날 보기 좋게 깨진다. 말 그대로 정말 한 번이 한 번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왜 한 번은 꼭 두 번, 세 번이 되고 더 나아가 아예 포기하도록 만드는 걸까?









범죄심리학 이론으로 잘 알려진 깨진 유리창 이론을 생각해보자. 


깨진 유리창 이론은 유리창에 작은 금이 가면 결국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 결국 유리창이 완전히 깨지는 것과 같이, 작은 문제를 그냥 방치하면 생각지도 못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말한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뉴욕 지하철의 범죄율 감소 때문에 잘 알려지게 되었다. 


범죄가 증가하는 뉴욕 지하철의 범죄를 줄이기 위해 뉴욕 지하철 사장인 데이비드 건이 지하철 환경개선 작업을 시작하여 낙서 없는 깨끗한 지하철을 유지했다. 그리고 당시 지하철 경찰서장이었던 브래턴은 지하철의 강력범죄를 줄이기 위해 비교적 사소한 범죄인 무임승차를 없애는 노력을 하여 범죄율이 현저하게 낮아졌다. 



즉, 뉴욕 지하철의 낙서와 무임승차가 바로 유리창의 작은 금이었던 것이다. 결국 이 작은 금을 해결하니 유리창은 깨지지 않았다.






심지어 이 깨진 유리창 이론은 단순히 규범을 위반하는 차원을 넘어서 범죄에 준한 행동에도 적용되었다.

공공장소에 있는 우편함에 지나가는 사람은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5유로가 들어있는 편지봉투를 입구에 물려놓았는데 우편함과 그 주변이 깨끗한 경우에는 13%만 돈봉투를 가져갔지만 지저분했을 때는 27%의 사람들이 돈봉투를 가져갔다.(Keizer et al.,2008)




이 깨진 유리창 이론을 범위를 조금 좁혀 우리 각 사람에게로 가져와보자.

범죄 현장이 아니어도 이 이론은 적용된다. 



방 정리만 해도 그렇다. 며칠간 바빠서 설거지를 못했다면 한두 개 쌓일 때는 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위에 하나 더 얹어 놓는 건 큰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정돈되지 않은 물건들도 하나가 흐트러지기 시작하면 연쇄적으로 주변에 다른 것들까지도 너저분해진다. 반대로 반짝반짝 빛이 나게 청소를 해 둔 후에는 함부로 물건을 아무 데나 두지 않게 된다. 







방 정리는 그래도 눈에 보이기 때문에 '방이 지저분해지고 있다.'는걸 우리는 알아챈다. 


하지만 우리 머릿속에 있는 흐트러진 것들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해야 하는데 미뤄두었던 일들, 생각만 하고 하지 못한 것들, 이런 것들이 쌓여가면 어느 순간 과제는 한가득 안은 채 시간에 이끌려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수 있다. 반대로 계획했던 일들을 하나씩 완수해가고 있다면 아직 못한 일들이 눈에 더 잘 띄게 되고 당연히 그 일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우리가 결심한 일들도 마찬가지다. 


결심한 일을 매일매일 해나가며 뿌듯함을 느낄 때에는 하나의 오점을 남기기가 조심스럽다. 가능하면 완벽한 현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딱 한 번만'이라는 변명이 여기에 끼어들게 되면 두 번째는 '덜' 조심스럽다. 그렇게 한 번이 두 번 되기가 쉽다.


앞서 말했듯 결심을 하는 데에는 큰 각오가 필요하다. 큰 각오로 결단하며 세운 계획, 목표들을 '딱 한 번만'의 유혹으로 한 번이 열 번이 되고 열 번이 포기를 만드는 마법(?)을 경험하고 나면 우리는 결심하기 위해 또다시 큰 각오가 필요하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만큼 시작이 어려운데 어렵게 시작해놓고 '딱 한 번만'의 유혹으로 실패하는 건 너무 아깝다. 그리고 언제 다시 결심을 하게 될지 알 수도 없다. 결심을 할 때마다 스스로가 던지는 유혹에 못 이겨 매번 실패하고 있다면 작은 흠이 내 유리창을 깨지 못하도록 무엇이 흠집을 내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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