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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새인 Jan 05. 2021

내가 생각하는 나 vs 남이 생각하는 나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는 차이가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한다. 


그래서인지 한때 술자리에서 '이미지 게임'이 그렇게 인기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미지 게임: OO 할 것 같은 사람! 을 외치면 가장 거기에 어울리는 사람을 지목하는 게임) 누군가 걸렸을 때 벌칙을 당하는 것도 재미있었겠지만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아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재미요소가 아니었을까 싶다.


첫인상이 어땠냐는 질문도 어느 정도 친해지고 나면 주고받는 단골 질문이다. 스스로에게는 객관적이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기에 타인이 보는 객관적인 내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타인의 평가를 의식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타인의 평가와 나 스스로의 평가가 일치한다고 볼 수 있을까? 


일치한다고 확신할 수 없다면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은 그저 착각일 수도 있지 않을까?










고오오오오급형 인바디는 어디 없나?


헬스장에 가면 어디에나 인바디(체성분 분석기)가 있다. 인바디 기계에 올라가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몇 초간 있으면 체성분이 분석되어 한 장의 종이가 출력된다. 거기에는 체중뿐 아니라 체지방량, 골격근량, 체수분량 등 우리 신체에 관련된 정보들이 수치로 나와있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운동을 해 나갈지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한다.




헬스장의 인바디처럼 신체의 각 구성요소뿐 아니라 그 외의 다양한 특성들 또한 인바디처럼 수치화되어 객관적 지표로 한눈에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다양한 성격 및 성향 진단 도구들이 개발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진단들은 자기보고식(self-report type)이기에 스스로가 본인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면 결과가 상이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 



기술의 발달로 미래에는 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줄 기계가 개발될지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현재까지는 종이 한 장으로 객관적 평가를 받아볼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타인이 보는 나'에 대해 막연히 유추할 뿐이다. 아마도 '내가 생각하는 나'와 큰 차이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들.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객관적으로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할 때는 긍정편향(Optimism bias)이 작용한다. 이에 따라 실제의 자신보다 더 좋은 쪽으로 왜곡해서 평가할 수 있다. 


한 실험에서는 여러 가지 특징에 있어서 자기 자신, 친구들, 낯선 사람들 이렇게 세 그룹으로 나누어 파악한 것을 비교해보았다. 실험 결과 관찰하기 어렵지만 평가성이 높은 특징(창의성, 지능 등)에 대해서는 자기 자신이 스스로 한 평가보다 친구들의 평가가 진실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즉, 사회적으로 중요한 평가를 받는 특징에 대해서는 실제보다 자신이 더 긍정적인 쪽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Vazire, 2010) 








일상생활에서도 이러한 왜곡은 흔히 일어난다. 

타인은 '지금 현재의 나'를 보고 평가하지만 나 자신은 '과거의 모든 경험을 포함한 나'를 평가한다. 



예를 들어 '통찰력'이라는 특징에 대해 평가한다고 생각해보자. 타인이 봤을 때의 나는 평범한데 스스로는 과거에 통찰력을 발휘했던 한두 번의 경험들을 떠올린다. 그 사건 때문에 어려움을 잘 해결했다거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은 적이 한두 번이라도 있다면 그러한 사건은 머리에 깊이 남아있을 수 있다. 물론 당시에는 정말 통찰력을 발휘했을 수 있지만 그게 특정 상황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고 상황을 보는 관점이 그때와 지금은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과거의 경험이 있기에 현재에도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할 수 있다.



스스로를 평가할 때는 실제의 자기와 이상적 자기를 혼동하는 우월 콤플렉스가 작용하기도 한다. 우월 콤플렉스는 열등감을 뿌리로 하기에 실제의 자기를 과대평가하게 되는 왜곡이 일어난다(열등함을 보상하려는 시도). 이런 경우 우월하다는 착각이 스스로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성장하고 싶다면 경계하자.

내가 생각하는 나는 실제의 나보다 무조건 못났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겨지지만 파악하기는 어려운 특징들에 대해서는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특정 콤플렉스로 인해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이러한 심리를 이해하고 스스로를 너무 긍정적으로 보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 




객관적으로 타인이 보는 나에 대해 알고 싶다면 솔직하게 말해줄 수 있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다.


지인의 평가가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과의 차이가 있다면 그 차이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생각해보고 현실을 받아들이고 차이를 메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물론 남이야 뭐라고 생각하든 착각이라도 좋으니 나는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겠다면 할 말은 없다. 영화 메트릭스에서 빨간약과 파란약 중 무엇을 선택할지는 본인의 몫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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