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갈수록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까운 관계를 맺는다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그래서 학교 때 친구가 오래간다는 말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낯선 타인과 관계를 맺고 가까워진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위험성도 존재하기에 우리는 처음 누군가를 만나면 꽤 오랜 시간 탐색기를 거치게 된다. 이 단계를 통해 이 사람과 더 가까워져도 괜찮을지, 나에게 악영향을 주는 사람은 아닌지를 파악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 탐색기가 길기도 하고 매우 짧게 끝나기도 한다. 무엇이 이 탐색기를 단축시키게 할까?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에는 많은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중 하나인 '자기노출'도 이 탐색기를 단축시키는 요인이 된다.
자기노출이란?
자기노출은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의 감정, 의견, 상황 등을 상대방에게 노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무리에서 나와 친밀하지 않은 한 사람이라도 끼어있다면 자신도 모르게 말이나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가깝다고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기에 일단 경계하고 본인을 노출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자기노출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자기노출의 시작이 나일 수도 있고 상대방일수도 있다.
중요한 건 누구 한 사람이 작은 부분이라도 하나씩 자신에 대해 오픈하기 시작할 때 관계는 가까워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조금 부끄럽긴한데..."라며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 에피소드를 말하거나,
"이런 얘긴 잘 안 하는데..."라며 특별히 나에게만 털어놓는 무언가가 생기기 시작하면 대부분 나를 신뢰한다고 느껴진다.
자연스럽게 나의 이야기도 공유해도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이렇게 서로의 감정과 생각, 정보들을 교환하며 관계는 가까워질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 중에는 자기노출을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타고난 성향의 차이일 수도 있고 과거의 어떠한 부정적 경험으로 인해 타인을 쉽게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자신에 대해 공개하지 않는다고 다그치기보다는 그 사람 입장에서 충분히 자기노출을 해도 괜찮겠다고 느끼는 시점까지 잠잠히 기다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른 사람들보다 다소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섭섭해 하기보다는 각자에게 편안해지는 시간이 다를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나를 적극적으로 공개할수록 더 빨리 가까워질 수 있을까?
일부 맞는 말이지만 항상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먼저, 자신을 공개할수록 상대방은 신뢰를 받은 것으로 느껴지기에 더 쉽게 자신을 노출하게 되고 그 가운데에서 긍정적인 교환이 일어난다. 문제는 상대방과 그 타이밍이 일치하지 않을 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그리 친하지도 않은 다른 팀 직원이 "이건 비밀인데~"라며 자기 팀의 극비사항을 넌지시 이야기한다거나, 가깝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친구가 "이거 너한테만 말해주는건데~"라며 자기의 비밀을 털어놓는다거나 하는 경우 우리는 단순하게 그 말을 해준 것이 고맙게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아마도 '내 얘기도 어디 가서 하겠군. 조심해야지' 혹은 '이 얘기를 왜 나한테 하지? 부담스럽네.'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누군가와 조금 더 빨리 가까워지고 싶다면 일단 나 스스로가 경계를 풀지 못하고 상대방이 다가와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 또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수 있으니 조심스럽게 자기노출을 먼저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 경우 누구 한 사람이 마음을 열면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나를 오픈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호응이 없는 경우 아직은 관계를 진전시킬 단계가 아닐 수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대방이 다가와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조급한 마음에 섣불리 다가가면 오히려 관계가 멀어질 가능성도 있다.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식물의 싹을 틔우는 것과 비슷하다. 일단 싹이 나면 매일 커가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지만 싹이 트기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관계도 조금은 답답하더라도 세심하게 관심을 가질 때 언젠가 싹을 틔우고 결국 튼튼한 나무로 자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