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봐도 부족한 사람과만 계속 연애를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본인이 알면서도 만남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 이성적으로는 누구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특별한 문제가 없는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싶어한다. 하지만 머리로는 잘 알고 있지만 실제로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언가 문제가 있고 버거운 느낌이 들게 한다면?
이쯤에서 문제는 상대방이 아니라 나 자신이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우리 모두는 각자 '입맛'이 있다.
어떤 사람은 매운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단짠 음식을 좋아한다. 분명 그 음식들이 주는 만족감이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만의 '입맛'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관계들은 분명 나에게 어떠한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지속된다. 그렇다면 부족한 사람들은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리 매력적이지 않을 것 같은데 대체 어떤 만족감을 주기에 마음이 기울게 되는 것일까?
최근 「연애의 참견」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흥미로운 연애스토리가 방영되었다. 해당 방송에서는 누가 봐도 힘든 연애였지만 여자친구는 끝까지 부족한 남자친구를 포용하고 보듬어주려는 노력을 하지만 그러다가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 주인공의 연애 고민이 방영되었다. 그 영상을 보며 곽정은은 '메시아 신드롬'이라는 심리학 용어를 사용해 이슈가 되기 했다.(Messiah Syndrome)
메시아 신드롬(혹은 메시아 컴플렉스, 구원자 컴플렉스)은 개인이 구세주(=메시아)가 될 운명이라는 신념을 안은 마음 상태를 의미한다(출처: 위키백과). 비슷한 심리학 용어로 평강공주 컴플렉스를 들 수 있겠다. 메시아 신드롬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구세주 역할을 해서 타인을 구원함으로써 존재감을 확인하고 자신이 행복하다고 믿는다. 소소하게는 덜렁거리는 성격인 상대방을 위해 늘 챙겨주는 것부터 심할 경우 알콜중독 등과 같은 치명적 문제에 있어서도 본인이 해결해주려고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심리적으로 위로해주고 감싸주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는 좋은 행동이지만 상대의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다.
그 어느 누구도 누군가의 메시아가 될 수 없다.
그렇기에 구세주 역할을 자처했던 사람은 스스로 지치고 불행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무리 주고 또 줘도 상대는 구원을 얻지 못하고 기대와 현실의 차이에 속이 문드러진다. 돌봄을 받는 사람도 처음엔 자신을 살뜰이 챙겨주는 상대방이 고맙다가 결국 본인이 부탁한적 없는 상대의 메시아 역할이 부담스러워진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 모든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된다.
결국 그를 수렁에서 구원해주려고 했던 '메시아'와는 정반대로 '호구'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자기 자신이 망가진 다음에 상대방을 탓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런 상대방을 택한 것도 본인이다. 한두 번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게 사랑이든 동정심이든 어떠한 감정으로 인해 상대방을 도와주고싶은 마음에 강하게 사로잡힐 수 있다.
하지만 매번 관계가 같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그런 '입맛'을 가진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가 누가 봐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상대와 연애를 하는 이유는 분명히 그 관계가 주는 만족감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만족감이 없다면 계속해서 그런 상대를 만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우연이 나에게만 그렇게 자주 일어날리는 없다.
늘 힘든 관계에 고통받고 있다면 과연 '이 관계가 나에게 주는 만족감이 도대체 무엇일까' 한번 고민해보아야 한다. 내 마음 속을 깊이 들여다 보았을 때 그 안에 내가 그 사람의 '구세주'가 되고싶은 욕망이 있었다면 더 상처받기 전에 헤어나올 수 있길 바란다.
안타깝지만 우리는 그 누구의 구세주가 절대로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