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거짓말에 속는가?
거짓말에 속고 싶은 사람은 없다.
덮어 놓고 믿고 있다가 어느날 보니 바보가 되어있는 상황, 끔찍하지 않은가.
그러지 않기 위해서 혹시나 의심스러운 상황이 생긴다면 우리는 다양한 정보들을 통해 진실여부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하게된다. 하지만 여러단서들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왜 꼭 지나고나서야 그 단서들이 보이는걸까?
그 이유는 바로,
진실기본값 이론(Truth-Default theory)에 있다.
사람은 타인을 믿도록 설계되어있다. 이건 당연하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타인 모두를 경계한다면 이또한 생존에는 유리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기본적으로 타인을 믿고 서로 도우며 사회를 이루어 가도록 진화해왔다. 이렇게 '진실'을 기본값으로 두고 사람 또는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 바로 진실기본값 이론이다.
문제는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 성향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더라도 우리는 그 말을 믿어주려 하게된다.
거짓말하는 사람 찾기 실험
심리학자 팀 러바인의 실험을 보자.
그는 학생들을 불러 상식 시험을 치르게 했다. 정답을 맞추면 상금이 주어지며, 학생들을 도와주기 위해 파트너가 한명씩 배정이 된다. 시험을 감독하는 조교가 자리를 비운 사이 파트너는 답안지가 있는 곳을 알려주며 컨닝을 할지말지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시험 종료 후 컨닝을 했는지 질문하여 진실을 말한 사람 22명과 거짓을 말한 사람 22명의 동영상을 녹화해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몇 퍼센트의 사람들이 정답을 맞췄을까? 거짓말 한 사람을 정확하게 맞춘 사람은 전체에 56%였다. 즉, 모두 다 형편없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만약 거짓말을 한 사람이 아닌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맞춰보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팀 러바인의 연구팀은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맞추는 것에는 더 유능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진실을 기본값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진실을 찾아내는 것이 더 쉬운 것이다.
아악~ 그때 눈치챘어야 했는데!!
이렇게 사람은 타인을 기본적으로 진실하다고 믿게 되는데,
심지어 어떤 거짓의 단서를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그 단서에 대한 변명을 스스로 하기도 한다.
미국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스파이었던 몬테스(쿠바 스파이)도 스파이로 알려지기 전에 많은 단서들이 있었다. 중앙정보국의 카마이클은 몬테스를 면담할때 '의심할 수 있었던' 단서를 두고도 스스로 합리화 했다고 한다.
자신이 찾아갔을때 겁에 질려보였던 얼굴이 '유부남을 만나고 있어서.'라거나 혹은 '레즈비언이라서' 들키고 싶지 않아서 였을거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뒤늦게 생각해보니 겁에 질린 얼굴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단서였다.
우리도 진실을 기본값으로 두기 때문에 이런 실수를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연락이 없는 그의 전화를 기다리며
'팀장이 또 불렀나봐.'
'어제 그 친구가 갑자기 찾아왔나?'
'배터리가 나갔나?'
등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며 상대방을 합리화 시켜준다.
이미 진실을 말할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연락이 안된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웬만하면 납득이 간다. 하지만 나중에 그가 바람을 핀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그날 내가 친히 합리화시켜드렸던 변명이 거짓말이었던걸 분명 눈치챌 수 있었다고, 어쩐지 이상했다고, 그때 알았어야 했다며 이를 바득바득 갈 것이다.
진실을 기본값으로 두는 인간의 본성은 우리가 신뢰로운 관계를 맺어가는데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타인을 믿고 의지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고, 타인을 경계하느라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된다. 모든 사람들을 기본적으로 의심하며 살아간다면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하지만 혹시라도 무언가 의심이 드는 순간이 생긴다면 그때는 스스로 친절한 변명을 해주기보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어느 순간 뒤돌아보았을때 '아! 그때 알아챘어야 했는데!' 라는 후회를 하지 않도록 말이다.
참고 서적: '타인의 해석' 말콤 글래드웰